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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꿈을 가져도 될까요?

by 진영

변곡점




첫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후 취업 준비를 잠시 멈췄다. 돌이켜보니 한 번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기회를 준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3개월로 정했다. 고민 끝에 정한 꿈의 마지노선이었다. 3개월 안에 다섯 개의 공모전에서 합격하면 진로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공모전 사이트에 들어가 당장 할 수 있는 공모전은 모두 도전했다. 100개 중의 다섯 개여도 상관없었다. 어쨌든 다섯 개만 합격하면 되는 거였다. 마트에서 스케치북과 모나미 붓펜 한 뭉텅이를 샀다. 그때부터 그림만 그렸다. 길을 걸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그림만 생각했다.


첫 공모전 당선 연락받고, 주최 측에 찾아갔던 날이 기억난다. 전시를 위해 원화를 전달해야 했고, 그때 나를 뽑은 담당 코디네이터님을 처음 만났다. 서글서글하고 친절하신 분이었다. 내 이름 뒤에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늘 붙여주셨는데,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호칭이 쑥스러우면서도 좋았다. 취업 준비생이라는 임시 이름표를 달고 살다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이름표를 단 것 같았다.


담당 코디님은 전시장 곳곳을 소개해 주셨고, 전시 일정과 행사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주셨다. 이후 소소한 일상 대화를 주고받다가 정말 궁금했던 한 가지를 질문했다.


“왜 저를 뽑으셨나요?”


“그림이 독특해서 좋았어요.”


당선작들과 내 그림을 놓고 비교해 보면, 사실 독특하기는 했다. 애초에 그림 속에 긴 글을 적어 두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싶었다. 그건 전략이라기보다는 우연이었다. 평소 시 쓰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그림 옆에 경계선을 긋고 떠오르는 시를 쓴 거였다.



석 달 안에 다섯 개의 공모전에서 당선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코디님이 말한 나의 ‘독특함’에 걸었다. 사실 지금 당장 노력한다 해도 그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내가 화려한 그림을 그릴 순 없었다. 지금 가진 것으로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다. 그렇게 ‘붓펜’과 ‘아이디어’를 승부수로 삼았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석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다섯 개의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다섯 개의 수상 속에는 그림과 관련 없는 공모전도 있고, 공모전이라 하기에는 너무 소소한 수상도 포함되어 있다. 사실 중요한 건 개수가 아니었다. 내 꿈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거였다. 그리고 다섯 번째 공모전이 합격하는 순간, 나는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삶'. created by 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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