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영인 마음여행자 Jul 31. 2019

초고는 자유롭게, 퇴고는 엄격하게

브레인스토밍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누가 어떤 제안을 하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듣고 비판을 해서는 안 된다. 터무니없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도 일단은 모든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이디어끼리 조합을 해서 뜻밖의 결과물을 낼 수도 있고 브레인스토밍 당시에는 보잘것없는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석 같은 아이디어로 탈바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브레인스토밍과 마찬가지다. 흥미롭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글을 쓰려고 하는데 누군가 딴죽을 건다든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코웃음을 친다면 쓰고자 하는 의지는 대번에 사라지고 말 것이다. 엄격한 자기 검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쓰면 분명 남들이 비웃을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비난할 거야’ 한 줄도 채 쓰기 전에 검열의 덫에 걸리면 글쓰기는 힘들어진다. 형편없는 글이 되거나 더 이상 진도가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필자들은 두 부류의 사람으로 갈라진다. 창의적인 사람들과 비판적 사고력이 우세한 사람들이다. 창의적인 부류의 사람들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아 글이 신선하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짚어 내기도 한다. 상당한 양의 글을 일필휘지로 써 내려갈 수 있지만 정리하고 다듬어야 할 부분도 많다. 평가에 약하고 비판적인 시간이 부족해서 단정함이 부족한 글이 되기 쉽다.


비판적 사고력이 우세한 부류의 필자들은 글을 쓰는 도중 시시때때로 평가하고, 실수를 발견하면 곧바로 고치고 다듬는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정돈되고 반듯한 글을 쓴다. 하지만 건조하고 빡빡해서 독자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일 때가 있다. 누구의 방해나 간섭 없이 자유로운 상태일 때 솟아나는 호기심과 열정, 반짝거림이 결여되어 글의 매력이 반감된다.


다시 말해 창의성이 강할 때는 논리가 약해지고 비판적 사고가 강세일 때는 창의성이 부족한 글이 되기 쉽다는 소리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이성과 감정,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라는 양날의 검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은 “이성은 열정의 노예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감정적이다. 감정으로 판단한 뒤 이성으로 합리화하고 직관으로 판단한 뒤 이성으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글을 쓸 때 내 기분이 어떤지, 어떤 느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욕망하는지를 먼저 살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처음부터 논리적 잣대만 들이댄다면 안구건조증에 시달리는 눈처럼 뻑뻑하고 힘든 작업이 된다. 우리 문화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의 경우 절제하고 억압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감정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며 창조적인 에너지는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 잉태될 때가 더 많다. 내 감정을 예민하게 살피고 감정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감정을 억제하면 자유로운 글을 쓰기 어렵다.

 

힘을 뺀 후 열린 마음으로 감정이 이끄는 대로 자유롭게 초고를 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대로 빠르게 쓴다. 자기 검열이나 타인의 시선 따위는 잠시 내려 놓고 오로지 쓰는 행위 그 자체에만 집중한다. 철자가 틀리고 문맥이 맞지 않아도 괜찮다. 근거가 부족하고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아도 일단은 쓰자.

충분히 썼으면 이제 매의 눈으로 원고를 검토한다. 이때 사용해야 할 글쓰기 근육은 비판적 사고력이다. 재빨리 모든 전환을 해야 한다. 여러 번 퇴고를 반복하면서 문장의 구조와 논리적 허점, 글의 구성을 다듬고 바로잡아야 한다. 초고는 자유롭게, 퇴고는 엄격하게 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두 단계를 분리시키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원하는 글이 나오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일단 초고부터 쓰자.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young_geul.1016/

블로그: https://blog.naver.com/mndstar87

이전 04화 보여주는 글로 묘사하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