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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친 고양이를 마주한다면?

상처 입은 작은 생명과의 만남

by 묘묘한인생


2013년 겨울

까칠이가 또다시 작은 생명들을 데리고 왔다.

까칠이는 우리 가게에서 밥을 주는 길냥이 었다.

워낙 사나운 성미를 지니고 있어

이름도 까칠이 었고,

우리는 포획에 실패 TNR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까칠이가 두 번째 출산을 하고,

언제나 그랬다는 듯이

우리 가게를 유치원이라도 되는 마냥

아이들을 맡겨놓고 가곤 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회에 하도록 하겠다.)




어쨌든 그래서 우리 가게는

난데없는 작은 고양이들로 북적이고 있었는데..


2014년 1월 10일

금요일이었다.

가게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까칠이가 새끼들을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유독, 한 아이가 눈에 띄었다.

제일 마지막으로 가게로 들어온 녀석의

하반신이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던 것이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마도 우리 가게로 오는 길에

차에 치인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도 어린 생명이

마지막 힘을 다해 엄마를 따라온 것이다.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가게 문을 서둘러 닫고

이미 야생의 본능으로 필사적으로 반항하는

아이를 수건으로 잡아 올렸다

아이가 내 손가락을 있는 힘껏 물어

퉁퉁 부어올라도 아픈 줄도 몰랐다.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뛰었다.

박스 안에서 들려오는 가느다란 야옹 소리가

내 심장을 조였다.

수의사 선생님의 표정은 심각했다.

겨우 3-4개월밖에 되지 않은 새끼라

마취도 불가능하고,

꼬리는 이미 덜렁거리는 상태라 절단해야 하며

한쪽 다리는 뼈와 신경이 모두 드러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많이 아플 거예요.

그리고 걷지 못할 수도 있을 겁니다.

만약, 다리만이 아니라 방광도 파열됐다면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어요.

각오하세요."


아이는 병원에서 빌려준 작은 케이지와 함께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연신 하악질을 해대는 아이에게

제발 쉬야만 좀 해줘.....라고 빌었다.

소변을 본다는 건 방광은 문제가 없다는 얘기였고,

그렇다면 걸음은 불편할 수 있어도

아이는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아이는 성공적으로 소변을 봤고,

그때의 기쁨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이는 빈혈이 심했다.

아무래도 출혈이 심했으니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그때는 펫티닉이라는 제품이 있어서

그것과 함께 품질 좋은 육회를 떼어다 먹였다.

신기하게도 아이는 나를 경계하면서도

내가 주는 음식은 잘 받아먹었다.


그리고 허니테라피라는 생소한 치료법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저녁 상처를 소독하고 꿀을 발라주는 치료였다.

아이는 매번 고통스러워했고

나를 극혐 했다.........


처음 삼일 밤을 아이는 엄마를 찾으며 울었다.

저 작은 생명이 느낄 외로움과 고통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두 달이 흘렀다.

매일 반복되는 소독과 치료,

하악질과 원망 어린 눈빛은 여전했지만

드디어 기적같이 다친 부위에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군이는

우리 집 다섯 번째 고양이가 되었다.

나를 극혐(?)하는 나군이는

엄마 방의 둘째 고양이가 되었고

엄마 방 첫째 나돌이는 제법

의젓한 형의 모습으로

작고 아픈 도생을 돌봐주었다.










지금은 아주 잘 걷는 우리 나군이,

아직도 그때의 상처가 몸에 남아있지만,

그 상처로 우리는 한 가족이 될 수 있었다.

때로는 상처가 가장 깊은

사랑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상처 입은 채로 우리 곁에 온 작은 생명,

그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함께 아파했던 날들,

그리고 지금,

건강하게 뛰어다니는 나군이를 보며 나는 생각한다.

사랑이란 그냥 이런 것일 거라고.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함께 치유되어 가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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