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까칠한' 만남

까칠한 너를 까칠하게 대하는 사람에게서 구해내야 했다

by 묘묘한인생




2013년, 우리 가게에 새로운 손님이 나타났다.

이름하며 '까칠이'

첫인상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무서운 속도로 밥그릇을 비워내는 모습,

시선이 마주치기만 해도

곧바로 적대감을 드러내는 날카로운 눈빛,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까칠한 녀석은 매일같이 우리 가게를 찾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까칠이에게 변화가 생겼다.

작디작은 두 마리의 새끼를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마치 워킹맘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 듯,

까칠이는 가게 문이 열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아이들을 데려와 밥을 먹이고 쉬다 갔다.






아이들은 너무 작아서 자연스럽게

'꼬마', '꼬꼬마'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남자아이인 꼬마는

여기저기 당당하게 활보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갔고,

여자아이인 꼬꼬마는 어느새

엄마가 되어 새 생명을 품었다


하지만 평화로운 일상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우리 가게 앞집 아저씨가

길고양이들에 대한 불편함을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분노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향했다.


"이 고양이들 다 데려가지 않으면

싹 다 포획해서 시골에 버릴 거야"




그 아저씨는 고양이가 영역동물이라는 사실을,

그 영역의 고양이가 사라져도

다른 고양이가 채우게 된다는

자연의 섭리를 모르고 있었다.

중성화를 약속하고,

새끼들은 입양을 보낸다고 설득을 해보았지만

아저씨는 막무가내였다.

심지어 아이들에게 돌을 던지는

할아버지까지 등장했다.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아니, 참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아이들을 모두 구조하기로 결심했다.








가장 큰 고민은 까칠이였다.

그 예민하고 경계심 많은 아이를

어떻게 포획할 것인가.

모두가 떨리는 마음으로 포획틀을 준비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까칠이가 별 저항 없이 포획틀로 들어간 것이다.


아마도 길에서의 삶에 많이 지쳐있었던 건 아닐까..

혹은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더 안전한 곳이 필요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꼬꼬마 역시 구조되어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건강검진과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고,

나머지 새끼 고양이들은

다른 캣맘의 도움으로 따뜻한 가정으로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까칠이와 꼬꼬마는 우리가 입양하기로 결정했지만,

꼬마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기에

실내보다는 넓은 세상에서 뛰어다니는 것을

더 행복해 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중성화 후 다시 방사하였다.

그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가길 바라며...



이제 우리 앞엔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미 집에는 다섯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고,

(그중 나군이가 까칠이의 아들이다)

길생활에서 갑자기 낯선 환경으로 변화되면서

예민해진 모녀 고양이들을 갑작스럽게

함께 합사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가게 안에

별도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공사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안전할 수 있는,

오직 그들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











드디어 까칠이와 꼬꼬마만의

안전한 공간이 완성되었다.

처음으로 바깥세상의 위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추위와 더위, 굶주림이 없는

포근하고 아늑한 잠자리가 기다리는 곳

까칠이는 여전히 까칠했지만,

그 눈빛 어딘가에서 안도감을 읽을 수 있었다.

밝고 씩씩한 성격의 꼬꼬마는

새로운 환경에도 금세 적응하며 마음을 열어갔다.


그런데 이 사진 속 이 노랭이는 그럼 누구인가?

이 아이의 이야기는...

다음 회에 계속될 예정이다 :)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11화차에 친 고양이를 마주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