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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Nov 11. 2019

(2) 홀린 듯 입사했다

"우리는 법률 분야의 비대칭적 구조를 해소합니다."


지난 5월 로앤컴퍼니 회의실. 최종 임원면접에 갔던 나에게 대표가 했던 말이다. 이 말이 인턴기자 지원자였던 나를 홀렸다. 사실 혹시나 지원해 본 신생 언론사였다. 로앤컴퍼니의 로톡뉴스 외에도 다른 곳에서 면접을 진행 중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메이저 신문사가 많았다. 그런데도 이 말 때문에 여기가 끌렸다. 


당시 언론에 약간의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고질적인 세대 착취와 상명하복, 기본적인 윤리 등이 고민이었다. 그런데 여긴 좀 덜하겠다 싶었다. 동시에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니 더욱 끌렸다. 대표의 말과 가치관도 좋았다. "법의 대중성을 높인다." 목소리는 더 좋았다.


이날 면접도 호감이었다. 면접 내내 나는 "세연님"으로 불렸다. 며칠 뒤에 갔던 다른 언론사 면접에서는 "1번부터"로 불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다른 면접에서는 "거기"였다. 덕분에 일방적이지 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끝날 때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대표가 나를 기다렸다.


로톡뉴스의 인지도가 없는 건 걱정이 덜 했다. 여기가 잘 될 것 같았다.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 기존 언론사 법조팀의 공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에서 보내주는 정보와 법원에서 뿌려주는 보도자료, 몇몇 유명인들의 재판 일정을 소화하고 나면 사실 더는 현업 기자들의 여력이 없다. 이마저도 무리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법률 분야의 비대칭은 해결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8월 말 '국정농단' 대법원 선고 당시 '파기환송'이 실시간 검색어 1위였다. 언론은 '파기환송'을 제목 또는 헤드라인으로 큼지막하게 뽑았는데, 정작 기사를 읽는 사람들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해 검색을 해봤다는 말이다. 이날 법정에서는 "다시 재판하면 좋은 거 아니냐"고 물었던 노인 분도 있었다. 대법원 입구에서부터 '박근혜 만세'를 외쳤던 분이었다.


가능성이 보였다. 로톡뉴스의 자회사인 '로톡'에는 상담사례가 23만 건이다. 지금도 변호사와 의뢰인을 이어주고 있다. 생생한 상담사례는 기사로 녹이기 쉽다. 가입한 변호사도 1500명을 넘었다. 이들의 전문적인 자문은 기사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 파고들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그렇게 지난 6월 24일, 이 바닥에 고개를 들었다. 첫 기사였다. 윤창호법 시행 관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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