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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이목 Dec 08. 2024

울어도 메리 크리스마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흐늘흐늘 내려와

데구루루 구르며 오색의 빛을 머금으니

작달막한 손이 콕콕 영혼을 불어넣는다


아이는 기뻐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눈길에 미끄러져 콩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입술을 빼쭉 내밀고도 끝내 울음을 참는다


아이야 아이야 이토록 기특한 아이야

내일 아침이면 너는 함박웃음을 짓겠구나

눈사람의 걱정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아이가 떠나고 다른 한 아이가 찾아와

안쓰러운 얼굴로 눈사람을 바라보다가

제 추위도 잊고는 노란 목도리를 둘러준다


아이야 아이야 이토록 선한 아이야

네게도 내일 아침 웃음꽃이 활짝 피겠구나

눈사람은 더 차갑게 차갑게 가라앉는다


어느새 몰려든 아이들이 눈을 모아 던지고

흩날리는 눈가루가 별처럼 쏟아져 내린다

눈사람은 그 광경을 가슴에 고이 새긴다


시간은 흐르고 형체는 녹아 으스러진다

더 이상 찾는 이 없어 사무치는 고독 속

눈사람은 기꺼이 차가운 눈물을 흘린다


생기 오른 가지에 초록의 음표가 그려질 때

제자리를 찾은 새 떼가 합창을 시작하고

그 사이로 개나리가 선물처럼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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