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흐늘흐늘 내려와
데구루루 구르며 오색의 빛을 머금으니
작달막한 손이 콕콕 영혼을 불어넣는다
아이는 기뻐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눈길에 미끄러져 콩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입술을 빼쭉 내밀고도 끝내 울음을 참는다
아이야 아이야 이토록 기특한 아이야
내일 아침이면 너는 함박웃음을 짓겠구나
눈사람의 걱정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아이가 떠나고 다른 한 아이가 찾아와
안쓰러운 얼굴로 눈사람을 바라보다가
제 추위도 잊고는 노란 목도리를 둘러준다
아이야 아이야 이토록 선한 아이야
네게도 내일 아침 웃음꽃이 활짝 피겠구나
눈사람은 더 차갑게 차갑게 가라앉는다
어느새 몰려든 아이들이 눈을 모아 던지고
흩날리는 눈가루가 별처럼 쏟아져 내린다
눈사람은 그 광경을 가슴에 고이 새긴다
시간은 흐르고 형체는 녹아 으스러진다
더 이상 찾는 이 없어 사무치는 고독 속
눈사람은 기꺼이 차가운 눈물을 흘린다
생기 오른 가지에 초록의 음표가 그려질 때
제자리를 찾은 새 떼가 합창을 시작하고
그 사이로 개나리가 선물처럼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