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짚으로 엮은 물고기처럼 나란히 누운 네 사람
썩어버린 회색의 눈알들이 눈꺼풀에 가리면
고요한 어둠을 틈타 나의 악몽은 시작된다
언젠가는 쓸모 있을까 차마 버리지 못한 상자들이
차곡차곡 개켜 집안을 빼곡히 두르고 있노라면
그 사이로 갖은 벌레가 눈치를 살피며 기어간다
우린 하나의 울타리 안을 구르는 얼룩진 공이 되어
서로의 뒷덜미를 잡고 무쓸모의 구덩이로 추락한다
보다 쓸모없는 것들의 오랜 동침이 빚어낸 말로
반쯤 가려진 창으로 거나하게 취한 구둣발 소리가 들려
집을 뛰쳐나온 나는 진득한 알코올 냄새를 뒤따른다
빈 병을 주워 들고 휘청이는 그림자 사이로 숨어본다
매사에 잠잠하던 숨을 모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행복을 아는 사람처럼 달뜬 얼굴로 몸을 흔든다
나도 세상 한 부분에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알린다
이윽고 새벽빛이 새어 나와 내 모습을 여실히 비추면
결국 나는 또다시 현실을 향해 터벅터벅 돌아선다
차마 깨트려 버리지 못한 빈 병을 한 손에 꼬옥 쥔 채로
악착같은 삶에서 벗어나려 악착같이 살아가야 하는
그 모순에 뒷산 넘어 수탉도 목청 높여 함께 울어준다
그러나 쓸모없는 것들의 밤은 오늘도 죽은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