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눈송이 하나가 둥실 떨어지고
청개구리는 긴 혀를 쭉 빼내어 눈송이를 빠르게 낚아챈다
녹아내린 눈송이에서 저와 닮은 설탕의 맛이 느껴진다
달디단 작은 결정에 청개구리는 뒷다리를 크게 박찬다
단숨에 산봉우리를 기어오르니 온 세상이 제 발아래 놓인다
별은 더 이상 하늘의 것이 아닌지 도시가 눈부시게 반짝인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웅장한 멜로디에 청개구리는 몸을 맡기고
말랑하고 포근한 행복의 무게를 두 눈 감고 깊이 음미한다
그러다 불쑥 뜨겁고 강렬한 빛줄기가 전신에 내리꽂힌다
행여 연약한 피부가 상할까 청개구리는 연못으로 뛰어든다
입속을 침범한 검고 비릿한 물에 절로 구역질이 올라오고
분노를 이기지 못한 청개구리는 날벌레를 죄다 먹어 치운다
얼마 안 가 비가 내렸고 굵은 빗방울은 한동안 이어졌다
빠져나갈 수 없는 창살은 어느새 쌓인 눈송이를 전부 녹이고
식어버린 은하수처럼 도시의 불빛까지도 번지게 했다
그저 청개구리의 허망한 울음소리만이 오래토록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