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설광이 반사되어 창백해진 네 얼굴을 볼 때면
발갛게 오른 홍조를 살포시 감싸주고 싶다가도
가끔은 홀로 이불에 싸여 창밖의 눈을 보고 싶다
강렬한 태양볕에 네 이마 한가득 땀이 맺힐 때면
안쓰러운 마음에 톡톡 두드려 닦아주고 싶다가도
가끔은 끈적이는 습기에 밀려 한 발짝 멀어진다
하루에 수십번도 네 두 눈을 올곧이 응시하며
사랑한다 사랑한다 애정 어린 답가를 부르다가도
가끔은 내 진심에 대해 의문이 스며들기도 한다
가끔은 그래
난 가끔 널 사랑한다
그래서 이곳을 떠나야겠다 마음을 먹었다가도
네 힘듦이 적은 순간이기를 기다리다
네가 날 적게 사랑할 때를 기다리다
이 장마가 끝나길 기다리고 기다리다
그렇게 또 가끔은 널 사랑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