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이목 Nov 10. 2024

관계의 섭리

생기가 돋아난 것이 참 오랜만이라며

너의 사지 가득 피어난 초록 이파리는

고맙게도 내게 내린 뿌리에서 기인하였다


볕을 쬐고 이슬을 마시며 환히 웃던 너는

우리의 관계가 점차 무르익어갈수록

붉은 단풍으로 온몸을 뜨겁게 물들였다


내가 열심히도 가지를 흔들어댄 까닭은

네 관심을 독점하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혹은 뒤늦은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공기의 흐름에

잘게 맺힌 이슬도 쉽사리 증발하지 못했고

얼어붙은 단풍은 빠른 속도로 무거워졌다


추억을 그리워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한숨은 칼날 같은 겨울바람 소리에 묻혔다

말라버린 낯빛은 돌아올 기미조차 없다


우린 이제 초록 잎의 시절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계절의 탓도, 바람의 탓도 하지 않기로 했다

너는 그저 마디를 쥘 여유가 사라진 것이고

동이 난 감정에 못 이긴 나는 손을 놓아버렸다


그렇게 낙엽은 쌓여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