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래하기 전 날까지 사기꾼에게 또 다른 사기를 당할까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사실 그 날뿐만이 아니라, 나는 꽤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사기당한 전세집에서 거주할 때는 물론이고, 겨우 이 집을 청산하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가는 날, 새로운 집에 거주하는 동안에도 악몽을 꿨다. 악몽에서 우리 집은 집이라고 말할 수 없는 몰골을 하고 있었다. 바닥은 뒤집어져 폭탄이라도 맞은듯 했고, 벽지는 죄 뜯어져 너덜너덜 해진 상태였다. 나는 또 사기를 당했다며 스스로를 자책하다가 꿈에서 깨어나고는 했다. 그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얼굴은 커녕 연락도 받지 않던 집주인은 돈을 준다는 말에 군말 없이 순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전세집을 계약할때와 똑같이 멍청해보이는 얼굴이었다.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든 자신과는 상관 없어보이는 표정. 울화가 치밀었지만 그 자리를 망쳐 거래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속으로 꾹 참았다.
350만원을 이체하고, 거래계약서를 쓰고, 계약서를 법무사가 챙겼다. 집주인이 법무사를 데리고 오겠다고 했지만 믿을 수가 없어서 법무사도 우리가 따로 불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법무사가 계약서를 법원으로 넘길 것이고 1-2일의 시간이 지난 후 전세집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될 것이었다. 사실 이후의 상황에 대해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800원을 지불하고 모바일 등기부등본을 강박적으로 조회했던 기억만 날 뿐.
시일이 지난 후 전세집은 온전히 나의 집이 되었다. 350만원 지불하고 집주인이 되다니. 물론 집 지분의 95%는 A의 전세금이었고 겨우 5%가 나의 돈이었지만... 고등학생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던 나는 고등학생때부터 내 집을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었다. 그런데 하느님. 이런 식으로 갖고 싶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온전한 제 집을 갖고 싶단 뜻이었다고요.
생애최초 혜택을 포기하고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집주인이 되었다. 그러나 내 집 없는 집주인이었기때문에 세입자와의 동거 생활이 불가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