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차 햇병아리 한국어 강사

한국어만이 아닌 한국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는 16년 차 국어 강사다. 그리고 올해 9월 부임한 햇병아리 한국어 강사이기도 하다. 이미 국어 강사로서의 경력이 길지만 사이버대에서 3년간 수학하고 작년에 한국어교원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공교롭게도 친가와 외가 모두 다문화 가정이기에 다문화사회전문가 자격증도 땄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한국인들보다 외국인들이 많다. 고려인 정착지가 있어서인지 러시아어 간판도 제법 보인다. 산책하다 그들을 만날 때면 언젠가는 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년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기회가 왔다. 집 근처 20분 거리 내에 있는 다문화 학교에 취직하게 된 것이다.


입시학원 강사의 타이틀을 내려놓고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 이 사실을 아버지께는 굳이 알리지 않았다. 10여년 전 임용고시 5수생의 자리에서 내려와 인터넷 강의 사이트 강사, 스타트업 창업 등 다양한 도전을 했지만 아버지의 눈에는 늘 부족한 딸로 보이기 때문이다. '네가 즐거우면 됐지.'라고 말씀하시는 엄마와는 반응이 다를 거라 예상했다. 지금도 아버지와 엄마라는 호칭을 달리 쓰고 있는 걸 보면 내가 두 분께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을 예상할 수 있으리라.


엄마께는 취업 사실을 알렸고 아버지는 엄마를 통해 내가 하는 새로운 일을 전해 들으셨다. 그리고 예상한 대로 아버지는 '네가 그 일을 할 수 있겠느냐'라는 우려를 비치셨다. 나는 그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외국어 공부까지 하며 한국어를 잘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드렸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직도 반신반의하신다. 한국어 강사가 아닌 공립학교 정교사로서의 큰딸을 바라시기에.


16년의 강의 경력, 재수학원 및 윈터스쿨 근무 경력, 청소년학 및 상담심리학 전공 등 다양한 커리어를 가진 나를 부담스러워하기는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담임으로서 아이들 출결 관리는 물론 중식 지도, 행정 업무를 맡아야 하는데 이 일에 내 적성에 맞을지 걱정하시는 눈치였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보든 나는 한국어 강사의 길이 나에게 맞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도 어려워하는 문법을 외국인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 연구를 하는 것도 즐겁고 성별과 나이를 떠나 장난치며 친해지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즐겁다. 입시학원에서 일할 때는 '성적 향상'이라는 하나의 목표만 보고 수업을 해 왔는데 한국어 수업은 보다 다양한 목표를 갖고 수업하게 되어 질적 성장을 하고 있달까.


이미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한국 생활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한국 사람들이 자주 쓰는 표현, 한국의 음식 등을 소개하면서 한국 문화 사절단이 된 뿌듯함을 느낀다. 길 가는 외국인마다 붙잡고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은 욕구가 수시로 든다. 그리고 한국어를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콘텐츠 연구도 많이 한다. 이어지는 글들에서는 다문화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과 그들을 가르치기 위한 나의 노력을 들려드릴 예정이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외국인 독자들이 브런치에 유입된다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