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너 몇 살이야?

반말하는 외국인에게 관대해지는 이유

내가 근무하는 다문화 학교는 학생들에게 점심을 제공한다. 근무를 시작한 첫날, 남학생 하나가 나에게 말을 건넸다. 제목처럼 '선생님, 너 몇 살이야?'라고. 상당히 어색한 문장이다. '선생님'이라는 존칭과 '너 몇 살이야?'라는 반말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학생이 한국어가 서툴러서 그런 것임을 알기에 친절하게 내 나이를 알려 줬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동안'이라는 말이 칭찬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 준 이 남학생은 파키스탄 출신이다. 그는 이슬람 교인이기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쌀밥도 먹지 않기에 그의 접시에는 반찬 몇 조각이 놓일 뿐이다. 산고추 절임 같은 매운 반찬은 의외로 먹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스크린샷 2024-10-27 222249.png 이름을 몰랐다가 검색해서 알게 된 이것은 '산고추 절임'이다.


그는 영어, 우르두어, 러시아어 등 5개 국어를 한다. 한국의 어학당에 다니지만 아직 한국말은 서툴다. 나에게 파키스탄에 와 본 적이 없냐고 영어로 묻기에 아직이라고 답하니 파키스탄 여행지를 소개한 숏폼을 보여 준다. 계곡과 모스크를 보며 나는 위시 리스트에 파키스탄을 넣는다. 내가 발을 디디는 곳이 많아질수록 학생들과의 접점이 생기리라.


아빠만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엄마와 아이는 한국어에 서툰 가족이 다문화 학교에 방문했다. 초등학교 1~2학년 나이의 남학생은 아직 한국의 모음만 뗀 상태였다. 입학신청서를 쓰는 아빠,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 아들을 지켜보는 엄마, 그리고 장난스러움이 가득한 아이를 보면서 왠지 마음이 짠했다. 아빠 혼자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엄마와 아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인 모양이었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 중인 나와 그들 가족이 닮아 보였다. 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중국어를 다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에는 한국어 선생님이 여럿 계신다. 중국인 원어민으로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도 계시지만 영어가 익숙한 선생님도 계신다. 아이의 첫 수업을 담당하는 분은 영어를 쓰시는 한국인 선생님이었다. 중국어를 모르는 그 선생님을 대신해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你什么岁?'. 번역하면 '너 무엇 살이니?'이다. 몇 살이냐고 물어야 하는데 의문사가 헷갈려서 엉뚱한 표현을 해 버린 것이다. 아이는 당연히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 자리로 돌아와서 구글링을 했다. 나이를 묻는 중국어 표현은 ' 你几岁?'이구나. 그리고 이 표현은 어린 아이에게 하는 것이네. 중국어는 높임 표현이 없는 대신에 '너'를 '당신'이라고 부르는 등 상대를 존중하는 표현은 있다.


입학 신청을 마치고 귀가하는 엄마와 아이가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대신에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라고 했던 것처럼 외국인 학습자들에게 헷갈리는 말들은 많다. 그러나 헷갈려도 입을 떼어야 실력이 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