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나 태국은 아닙니다.
학교에 입학한 캄보디아 출신의 여학생이 있다. 캄보디아의 공용어는 크메르어다. 외국어를 잘하고 싶은 욕심에 베트남어 회화를 공부하고 태국어 알파벳을 배운 나로서는 캄보디아 문자가 베트남과 태국과 다른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태국어 알파벳을 힘겹게 배우고도 쓸 일이 없어서 다 잊어버린 나로서는 캄보디아 알파벳을 배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학생과 친해지고 싶으니 나도 배우긴 배워야 하는데 뭘 배운담?'. 유튜브에 '캄보디아 회화'를 검색하니 무려 10년 전 영상이 뜬다.
급한 대로 '안녕하세요?'라는 1편 영상을 보았다. 합장하는 캄보디아 인사법도 익혔다. 그리고 영상을 본 다음날 학생에게 인사를 하니 학생도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 나도 캄보디아어를 배우고 있다는 말에 아이가 빙그레 웃는다.
아이와 소통하려면 캄보디아어를 하거나 영어를 해야 했다. 한국어 읽기 쓰기를 배우는 학생이지만 알려 주는 것을 따라 읽고 쓰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파파고라는 번역앱은 캄보디아어를 지원하지 않기에 나는 챗GPT를 이용했다. 신기하게도(?) 챗GPT는 캄보디아어 출력이 가능하다. 아이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니 캄보디아로 돌아가서 의사가 되고 싶단다. 아이는 1년 뒤에 한국을 떠난다고 했다.
한국에서 가르쳐 온 학생들은 몇 년이 지나도 한국에 거주하고 내게 연락을 한다. 그러나 이 학생처럼 외국으로 돌아갈 학생들은 나를 얼마나 기억을 할까. 이 학생뿐만이 아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 중에서 한국에서 학업을 이어가겠다고 희망한 학생들은 드물었다. 아직 내가 만난 학생 수가 많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러시아어를 쓰는 학생들은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학생들이 다수이다. 중앙아시아 출신이기에 외양으로는 중국인 다음으로 한국인과 닮아 보인다. 내적 친밀감은 크지만 그들에게는 인사말을 건네기가 힘들다. 카자흐스탄 출신의 한국어 선생님도 인정했다. 인사말이 가장 어렵다고. 'Здравствуй(즈드라스트부이쩨)!'. 표기한 한국어 발음대로 했더니 말하는 나도 어색하고 듣는 그들도 어색해하는 것 같아서 입이 안 떨어진다. 이 말 말고 좀 더 쉬운 'Привет(쁘리뼷)'도 있고 영어처럼 시간대별 인사도 있다. 한국어는 '안녕' 혹은 '안녕하세요'처럼 간단한데 말이다. 아니다, 어찌 보면 한국어가 가장 어렵다. 만나서 반가워도 '안녕', 헤어져도 '안녕'이다. 맥락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든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들이 대단하다.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 그것이 다문화 사회를 '안녕히' 맞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