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어려워하는 한국어
국어를 10년 넘게 가르쳤지만 한국어 교수 경력은 얼마 되지 않는다. 모순이 있어 보인다고? 모국어 화자를 가르친 경력과 외국어 화자를 가르친 경력을 구분해서 그렇다. 모국어 화자는 직감적으로 아는 것들을 외국인들에게 가르치려면 신경 써야 될 게 많다. 그것을 현장에 나와서야 깨달았다.
10여 년 전에 전공했던 것들을 3년 동안 다시 전공하며 자만심에 빠진 적이 있다. 어차피 다 아는 거라며. 그러곤 학점을 보고 좌절했다. 나보다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그러다가 운이 좋게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서 한국어 강의를 했을 때만 해도 대면 수업이 아닌지라 실제 학습자들이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체감하지 못했다.
과제 검사 때 학생의 받아쓰기 공책을 보니 '동치미'가 '동지미'로 틀리게 적혔다. 과거 표현 '-았/었-'의 활용이 어색한지 '한국어를 배웠었요'처럼 적은 학생도 보인다. 한국어 노래 가사 수업에서 어떤 학생은 '나를'을 '날를'처럼 발음한다. 'ٱلسَّلَامُ عَلَيْكُمْ(앗살라무 알라이쿰, 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을 '앗쌀라 알라이쿰'으로 발음하는 나를 지적하는 학생의 심정을 알겠다. 모국어 화자만이 느끼는 어색한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다양한 에피소드 중에서 하나만 집중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제목에 나온 접속 표현이다. '그리고'와 '하지만'을 연결 어미 '-고'와 '-지만'으로 배웠을 때 활용한 예문이다.
긍정과 부정 표현까지 덤으로 가리킬 수 있다. '맛있다', '싸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맛없다', '비싸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드러낸다고 알려 줬다. 물론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싸다'가 부정적으로 쓰일 수도, '비싸다'가 '제 값어치를 한다'라는 긍정적인 뉘앙스를 드러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맛없다'와 달리 '맛있다'는 '[마딛따]', '[마싣따]'의 두 발음 모두 표준발음으로 인정된다고 알려 줬다.(과연 학생들은 두 가지 발음을 기억할 수 있을까?)
'그리고'와 '그러나'의 차이를 묻는 학생에게는 그 학생의 장점부터 물어 봤다. '운동을 잘해요', '요리를 잘해요'라고 쑥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00이는 운동을 잘해요. 그리고 요리를 잘해요'라고 되풀이해 줬다. 만약 못하는 게 있다면 '00이는 운동을 잘해요. 그러나 ~는 못해요.'처럼 쓰면 된다고 가르쳐 주니 이해한 듯 보였다.
내가 러시아어를 더 잘할 수 있다면, 우르두어를 하거나 베트남어를 할 수 있다면 그들 말의 뉘앙스를 알고 더 잘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물리적 한계가 있으니 모든 언어를 단번에 마스터할 욕심은 내려놓고 한국어를 곱씹고 곱씹어서 수업 준비를 한다. 때로는 가르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수업을 복기한다. 브런치 글 한 편, 한 편 적을 때마다 수업의 질이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 또한 가볍게 지나갔던 한국어의 묘미를 되새기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