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여름 다음 겨울 아닌가요?
한국이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체감상 여름 지나면 바로 겨울이 오는 느낌이다. 글을 쓰는 지금은 가을이라 단풍도 보이고 하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체감상 여름 지나면 바로 겨울이 오는 느낌이다. 글을 쓰는 지금은 가을이라 공활하고(애국가 3절 '가을 하늘 공활한데'를 가져왔다. '공활하다'는 '텅 비어 매우 넓다'라는 뜻이다.) 단풍도 보인다. 하지만 바람이 쌀쌀하여 겨울 같다. 절기상 11월까지는 가을인데 아침저녁으로 기온 차가 크니 말이다. 더운 나라에서 온 학생들은 감기 기운이 있는지 콧물을 훌쩍이곤 한다.
캄보디아나 베트남에서 온 학생들은 한국에 와서야 눈을 본다. 한국어 교재에도 이를 반영하여 '한국에 와서 첫눈을 보았습니다. 친구들과 스키장에 갔습니다.'와 같은 문장이 실려 있다. 나도 10여 년 전에 필리핀에서 여름 같은 크리스마스를 보낸 적이 있다. 하물며 그곳에서 오래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라면 계절이나 날씨 표현이 아직은 낯설 수 있다. 그런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한국의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동요를 들려 줘도 좋겠지만 그들을 데리고 계절별로 유난히 경치가 좋은 곳을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실제로도 한국에는 외국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투어 상품도 있다.
제목에 쓰인 '지마'는 러시아어로 '겨울(Зима)'이다. 나는 집과 학교 사이가 가깝고 학교 근처에 사는 학생들도 많아 종종 학생들을 길거리에서 만난다. 러시아어 화자인 남학생 둘을 비 오는 날 우연히 만났다. 우산 쓰고 있는 나를 용케 알아 보고는 'XX학교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속한 반이 달라 정식으로 가르친 적은 없고 학교 행사 때 두어번 봤을 뿐인데 나를 먼저 알아 보는 게 신기하면서도 감사하다.
남학생 중 하나가 유독 열심히 나에게 질문을 했다. 높임 표현, 접속 표현 등이 어려운지 질문이 끝이질 않았다. 날이 추워서 학생은 한국은 지금 '지마' 같다고 했다. 오들오들 떨면서 날씨 이야기를 하는 학생 덕에 나는 러시아어 하나를 쉽게 배울 수 있었다. 10여분 간 대화하며 나는 학생에게 한국어를 잘한다고 칭찬했다. 학생은 내가 잘 가르쳐 준다며 좋아했다. 칭찬이 오고간 셈이다.
학생들과 헤어지고 혼자 걷는데 여학생 하나가 떠올랐다. 그 학생 역시 러시아어 화자인데 친구들에 비해 한국어 발음이 어눌하다고 느껴서인지 한국어 문장 읽기를 시키면 자신의 발음에 폭소를 터뜨렸다. 그 학생에게 내가 말했다. '00이가 한국어를 하는 것보다 선생님은 러시아어를 더 못해. 지금 00이는 선생님보다 말을 더 잘하는 거야.'라고.
16년 간 국어 수업을 하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칭찬을 해왔던가 돌아볼 때가 많다. 수년간 자기계발을 하며 '긍정 암시'가 사람을 얼마나 성장시키는지 깨달았다. 재수학원에서 심리학 수업을 개설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1교시 국어 시험을 잘 봐야 나머지 시험도 망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것도 마찬가지에서이다. 한마디로 멘탈이 세져야 뭐든 잘한다.
햇병아리 한국어 선생님으로서의 포부가 있다면 외국인 학습자들에게 '한국어를 잘하게 되면 무엇이 좋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게 하는 것이다. 그들이 말이 어눌하고 표현이 어색해도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면 좋겠다. 무언가를 진지하게 배우고 소화하다 보면 그들의 미래는 '지마'가 아닌 '비쓰나(весна, 봄)'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