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도 김 씨가 흔하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다문화 학교를 같이 다니는 남매가 있다. 그들의 성씨는 베트남의 대표 성씨 중 하나이다. 한국으로 치면 '김 씨'쯤 되는 대표 성씨랄까. 그런데 그들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표기하면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헷갈린다. 선생님들도 그들 이름의 철자를 다소 다르게 부른다. 그래도 그들은 화를 내지 않는다. 이름 뜻을 안다면 철자를 틀리지 않을 텐데 싶다가도 자음 체계가 달라서 그런 거라고 합리화를 한다. 대다수 학생들은 'ㅈ, ㅊ'을 헷갈려 하는데 찾아 보니 그들 언어에는 우리나라 자음에 해당하는 자음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는 누가 내 이름을 틀리게 부르면 화부터 난다. '김금진'이라는 석자를 '김근진'이라고 부르거나 쓰는 사람이 너무 많아 내 소개를 할 때면 내 이름의 유래부터 이야기하고는 한다. 아버지의 고향인 '금산'과 어머니의 고향인 '진해'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고. 장난 같겠지만 진짜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서 온 여학생들로 구성된 반에서 내 이름의 유래를 알려 줬다. TMI인 줄 알지만 학생들에게 나를 각인시키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러시아 지명으로 따지면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톡'에서 따온 '김모블'이 내 이름을 지은 방식과 유사하다고 알려 줬는데, 아이들 반응은 모호했다. 아직 아이들은 내가 아니라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데 내가 설레발을 쳤나 보다. 쑥쓰러워서 나는 아직 러시아어가 약하다, 아직은 'меня зовут(미냐 쟈붙)' 정도만 할 수 있지만 러시아어를 열심히 배워서 한국어 공부를 돕겠다고 선언했다. 참고로 'меня зовут'은 '내 이름은~'이라는 표현이다.


중국인을 만나면 '我是韩国人。(워쓰한궈런)'이라고 말하고 그 이상을 말하지 못했었다. 대뜸 내가 한국 국적이라고 말하는 무례한(?) 표현이었다. 그러다가 학생들과 친해지려고 표현을 늘리고 있다. '我叫金锦镇。(워찌아오찐찐쩐)'이라고 내 이름을 중국어로 발음하니 아이들이 웃는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이름은 우리나라 '김철수', '이영희'처럼 흔한 이름도 많다. 하지만 아무리 흔한 이름이라도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된 유래가 있을 터. 글을 적는 지금 '천사'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학생의 얼굴과 이름만 듣고 남학생이라고 착각했던 학생의 얼굴이 떠오른다. 학생들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 주면 그 학생들이 나에게 와서 꽃이 될까. 꽃을 기르는 심정으로 나 역시 학생들의 모국어를 배운다. 이름을 제대로 불러 주는 게 진정한 관계의 시작이라고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