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침범 불가, 자연의 순간들
무지개를 사랑한다. 비가 온 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강하게 햇빛이 내리쬘 때면 나는 잔뜩 부푼 마음으로 무지개를 기다린다. 무지개를 보면 자연의 아름다움이 주는 경이로움과 언제 사라질지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어 애타는 기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무지개는 그 특별함이 곱절이 된다. 미국 교환학생 시절 그랜드캐니언에서 만난 무지개와 신혼여행 때 로마에서 만난 무지개가 그랬다. 여행은 날씨가 9할인데 나는 여행지에 와서도 비가 온다며 투덜거리던 나에게 머쓱함과 반가움을 가져다 주었다. 언제 사라질까 초조해 하며 찍은 사진들은 내 여행들 속 찰나의 무지개를 영원히 떠 있게 만들어 주었다.
내가 싫어하는 비가 지나고 난 뒤 조건이 맞으면 내가 사랑하는 무지개를 만날 수 있다. 기대한다고 반드시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나타났다고 해서 영원하지도 않다. 떠 있는 순간만큼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들의 삶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늘 행복만 하고 싶지만 바람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고, 왜 난 늘 이 모양일까 좌절에 빠져 있을라치면 어느샌가 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을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 오기도 하니까.
아, 무지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