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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율 Oct 03. 2023

알사탕_잔소리 그 안에는

쉽게 넘기지 못한 장면들(1)

동동이 아빠는 매일 퇴근하자마자 동동이에게 잔소리를 쏟아붓습니다.

양치를 다시 하라는 아빠의 말에 반항이라도 하듯 동동이는 침대에 뛰어들어 알사탕을 냉큼 입에 넣습니다.

'사르르 사르르 사르르’

신비한 알사탕은 이번에도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살짝 열린 문틈을 비집고 들어온 건 아빠의 목소리였습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방을 나선 동동이는 아빠를 살포시 껴안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나도....”


그림책을 읽다 보면 쉽게 넘기지 못하는 장면들이 있어요. 그런 장면을 마주하면 책장 모서리를 엄지로 톡톡 치며 잠시 생각에 빠져듭니다. 여러 생각들이 꼬리를 물다 어느 지점에 닿은 후에야 책으로 돌아옵니다. 보통 그 지점은 반성과 깨달음, 다짐과 닮아있지요.


'알사탕'은 제가 애정하는 그림책 중 하나인데요, 하루는 동동이 아빠의 모습 위로 저의 엄마가 보였어요.(물론 동동이 아빠처럼 잔소리를 속사포로 내뱉지않으시지만요.)


30년 가까이 저를 따라다니던 엄마의 잔소리가 결혼을 하면 줄어들까 싶었는데, 웬걸요? 제가 아이를 품게  날부터 제 걱정에 손자 걱정까지 두 배가 되어 날아오더라고요. 그런데 그동안 잔소리라고 여겼던 엄마의 모든 말들이 전부 저를 향한 사랑이었다니요.

걱정과 불안이라는 껍데기에 가려져 안에 숨어있던 사랑이 보이지 않았나 봐요. 어쩌면 제가 보지 않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엄마를 닮아 아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껍데기는 연하게, 알맹이는 진하게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 큰 어른이 되고 나서야 그림책에서 엄마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불상사는 막아야 하니까요. 아무리 내 몸에서 나온 자식이라도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사랑해서 그러겠거니 어렴풋이 넘겨짚는 것과 명확히 사랑을 전달받는 것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죠. 하루에도 아들에게 수십 번 사랑한다 이야기하지만 오늘은 어쩐지 수백 번, 수천번 말해주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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