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소개하는 '일'
대개 사람들을 처음 만나 각자 소개를 해야 할 때, 각자가 일하고 있는 회사와 직책, 그리고 하고 있는 일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명확한 자기소개이기도 합니다. 또한 누군가는 본인을 소개하는 그 한 단어를 찾고, 갖기 위해 큰 노력을 하기도 했죠. 뿌듯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분들을 보면 그 짧은 시간 안에 커다란 자부심이 느껴져 멋있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여러 일을 해왔지만, 항상 저를 명확히 드러낼 그 타이틀을 찾지 못해 엄청 헤매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헤매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작가나 글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기도 많이 부족합니다. 회사 안에서 주로 '서비스 기획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일을 하긴 했지만, 그 서비스 기획자라는 말 조차도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합니다. 어떤 서비스, 어떤 기획자를 설명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거든요. 아니면 제가 그 일에 대한 전문성이나 지식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저는 동시에 여러 일을 한 적도 있기 때문에 명확하게 한 단어로 저를 정리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느끼곤 합니다.
한 번은, 그 불명확한 저의 사회적 정체성 때문에 제가 왜 그렇게 한 가지 일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이유는 사실 간단했습니다. 진짜 좋아하는 한 가지의 일을 찾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로 인해 나라는 사람을 찾고 싶어서였죠.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것을 해내는 것이 곧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곤 그것을 내 이름 석자처럼 나를 소개하는 또 하나의 타이틀로 만들기 위함이었죠. 어쩌면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를 찾아가는 과정과도 같기 때문이었습니다.
일을 선택한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이런 자아성찰만을 기반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현실적인 사안들도 고려되어야 하고, 고용 불안, 사회적 안정성 등등 여러 가지 함께 고민되어야 할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 '일'을 찾는 것이 가장 소중한 가치로 느껴졌기에, 여러 회사를 다니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 가치가 저에게 그만큼 중요하게 다가왔던 또 다른 이유는, 제가 다른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왕 남들 보다 빨리 번 시간이니만큼, 잘 찾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한 가지 일을 명확히 찾는 것 자체가 저에게도 너무나도 신중하고,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저를 소개할 때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곤 합니다. 나를 소개할 단어들을 찾고, 또 조합하는 것이 결코 쉽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지점일 수 있습니다. 그냥 그 순간만을 어떻게 모면하려 기획자라는 타이틀로 저를 소개하고, 또 그렇게 소개하며 어물쩍 넘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 그런 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라는 사람을 좀 더 잘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하게도요.
그래서 여전히 그 타이틀을 찾는 중입니다. 사람들을 만났을 때, 뿌듯하고 자신감 넘치게 제 소개를 하기 위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