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유들

사회 안의 우리

by jiaopal

저는 생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생각에도 그 분야와 범위가 넓고 다양하지만 저는 이기적인 사고를 굉장히 중시하기 때문에, 저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주로 즐깁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얼마 전 리포트를 써야 할 일이 있었고, 기한이 2주 정도 남아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이걸 끝내야 한다는 압박도 크지 않았었죠. 그러나 왠지 모르게 저는 그날 ‘이걸 끝내야겠다.’ 생각하고 굳이 무리해서 밤을 새워 그 리포트를 끝마쳤습니다.


중학교 때 시험 성적을 올리고 싶은 마음에 새벽 3시까지 공부하고 잠이 드는 모습을 본 어머니가 아직도 그때의 일을 회상하시며 ‘너는 참 독해’라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중학교 때 일을 기반으로 독했어, 도 아니고 독해.라고요. (그 이후로 그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딱히 직접적으로 보여드린 적은 없습니다) 제 무의식 속 그 말이 부담 반, 세뇌 반으로 다가왔는지 리포트를 끝내 놓고, ‘나도 참 독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다른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진짜 독할까? 그건 또 아닌 것 같은데. 어머니의 말이 나에게 세뇌된 것일까? 단순히 그 일을 마음먹고 해냈다는 성취감을 위해 했을까? 만족, 욕심, 뿌듯함과 같은 단어를 떠올리며 굳이 안 해도 되는 행동을 한 저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저의 만족을 위해 끝낸 것도 있겠지만요. 쓰고 보니 당연하고 단순한 이유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제가 주로 하는 생각은 이런 종류의 것들입니다. 내가? 그럴까? 나는? 왜? 등등의 것이죠. 이런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단순히 나를 더 잘 알아간다는 다소 진부한 목적 그 이상의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자기중심-분석적 사고가 더욱더 재미있어질 때는,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제삼자가 되어 저를 바라볼 때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후회의 의미도 많이 포함되어있습니다. 내가 왜 그랬지? 굳이 그런 말을 왜 했지? 등등 말이죠.

‘생각의 기원(A Natural History of Human Thinking)’에서 저자인 마이클 토마셀로는 ‘인간의 협력 커뮤니케이션에 수반되는 생각은 관점적이고 재귀적이다. 개개인은 최소한 그들의 협력 파트너가 그들의 생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회적 자기 관찰을 할 수 있다고도 말했죠. 이 말인즉슨 (제가 해석한 바로는) 다른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기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려면 자기 관찰이 필수적이기도 하죠. 이렇듯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사회적 활동을 할 때 툭툭 튀어나오는 저의 모습을 보고,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저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해볼 수 있습니다. 이 사회가 나에게 준 영향으로 생겨난 나의 모습, 또 그 모습이 이 사회에서 발현되는 현상들에 대해서 말이죠. 사회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어쩌면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이들과 있을 때 저의 모습이 진정한 나 자신일 수도 있고요.


이 책 안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과 그것이 생긴 이유를 순수히 저의 기억에 기반해 적어 보았습니다. 이런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성찰을 통해 나와 사회의 관계를 더 알고, 이 사회 안에 잘 녹아들어 가자는 마음에서 말이죠.

저마다의 경험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제 글이 쉽게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공감을 위한 글은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여러분도 글을 읽고 또 다른 경험을 생각해보며 각자의 무의식, 저마다 다른 그 이유들을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