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착해야 하는 이유

강요 받는 '착함'

by jiaopal

착하다는 말은 본래 칭찬입니다. 살면서 남에게 꼭 들어야만 하는 말은 아니지만, '착함'이란 응당 사회 안에서 소외되거나 심한 경우 박탈당하지 않으려면 가져야 하는 기본 소양과도 같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누군가에게 착하다는 말을 들으면 더 이상 칭찬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치 내가 손해 보는 것 같고, 내가 마치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바보 같게 느껴지기 시작했거든요.

우스갯소리로, 블라인드 데이트를 할 때 누군가를 소개할 때 '얘 진짜 착해!'라고 하면 사실 못생긴거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착함은 분명 가져야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있어서도 안 되는, 모호하고 이상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어렸을 적 그렇게 착한 아이는 아녔습니다. 유치원 때 같은 반 아이들보다 한 살 어린아이가 반에 들어와 함께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그때 모든 선생님이 그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분위기가 적나라하게 느껴져서 순간적인 질투심에 그 아이의 팔을 남몰래 꼬집어 본 적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집 앞 슈퍼에서 껌 두어 개를 몰래 훔쳐본 적도 있고요.

그러나 점점 커가면서, 딱히 '착해야 해!'라는 교육을 어디서 강하게 받지도 않았는데 착한 사람이 되려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을 배려도 하고, 소위 '선행'도 하고 말이죠. 특히나 저의 인상이나, 제 몸을 둘러싸고 있는 껍데기적 요인들이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 '무서워 보인다.', '사나워 보인다.' 등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들로 가득하기 때문에 저는 그 착함에 더욱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사회인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것들이 점점 더 늘어만 가면서, '착함'이란 저에게 더 모호한 개념이 되었습니다. 어떨 때는 자기주장도 할 줄 알아야 하고, 냉정하게 '싫어!', '안돼!'라고 말도 할 줄 알아야 '멋있는 사회인'이 된다는 것을 알기 시작한 것이죠. 몸에 밴 습관 같은 착함때문에 손해를 본 적도 많이 있었습니다. 착한 짓을 하면 분명 뿌듯하거나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지게 된 것이죠.

그러고 나니, 제가 가지고 있는 본성에 관한 생각을 안 해볼 수 없었습니다. 우선, 제가 어느 상황에, 어느 표정에, 어느 말투로, 어떤 말을 할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지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제가 혼자 있을 때 가장 편안한 상태의 모습은, 무표정에 거의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채로 가만히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이들과 있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친한 친구와 깔깔대며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긴 하지만 무표정과 입 닫음이 저에게는 편안함의 기본값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사회에서 살면서 무표정과 입 닫음으로써만 살 수는 없습니다만, 그 이후 제가 바깥에 나가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낼 때는 대체로 말 수가 줄어들고 표정의 변화가 크게 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상대가 나를 무섭거나 차갑다고 생각하면 그러라지'라는 생각 또한 자연스럽게 들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아마도) 무서운 사람은 아니거든요. 이 껍데기에 지나지 않은 것들을 착함으로 포장하는 것 보다, 사실상 가장 자연스러운 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저를 가장 잘 알리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맘에 안 들면 맘에 안 들어 하라지!

하면서 다소 무책임하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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