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진짜 몰라서 묻는 거예요
엄마의 은퇴에 관해 딸과 엄마가 쓰는 책.
주제만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울적하고 묵직한 삶에 대한 통찰과 조언? 아니면 어떠한 고난에도 꺾이지 않는 불굴의 의지?
글쎄요.
난 그 부분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요.
억지로 기분전환하라고 북돋고 싶지 않다. 수명이 단축되는 듯한 치열한 노력의 필요성을 말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거창한 메세지를 던지고 싶지도 않다. 그냥 소소한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이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이야깃거리를 건네고 싶다. 엄청난 동기부여보다는 픽픽 웃게 되는 귀여운 에피소드로 담아보고 싶다.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유쾌한 척 포장하지 않되 또 마냥 심각하고 중대한 사안으로만 바라보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겪게 될 일이고, 다 재미있게 먹고살려고 사는 인생인데 다들 그만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와 그런데 이거 더 어렵겠는데?
[은퇴, 귀여움]
이것이 과연 나란히 공존할 수 있는 단어인가? 전혀 다른 뉘앙스의 결들을 대체 어떻게 묶겠다는 소리인가? 내가 꺼낸 말이지만 현재의 나도 별 대책은 없다. 지금 이 글을 쓰며 떠올린 방향성이니까요. 은퇴를 앞둔 엄마와 그 막연함을 모르는 딸. 그래서 할 수 있는 이야기. 다행히 할 말은 매우 많다.
간략히 정리하자면, 현재 나는 이러한 방식으로 엄마와 책을 쓰고 있다.
1) 대략적인 주제, 타겟 잡기
2) 회의를 핑계로 나가서 맛있는 거 먹기
3) 엄마한테 자유롭게 뭐든 써오라고 시키기
4) 나는 우선 다른 책들을 잔뜩 읽기
5) 진척이 안 나고 있으니 일단 브런치 글쓰기
6) 슬슬 초안을 쓸 시작을 시작하도록 시작하기
이 다음은 잘 모르겠다.
사실 정해진 답이 있을 것이다.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고로 지금은 찾지 않을 것이다!
기적의 3단 발상법.
당분간은 그저 때마다의 순간적인 흥미에만 이끌려 나의 몸을 맡겨보려고 한다. 여기에 세상을 향한 저항 정신 같은 숭고한 의의는 없다. 그저 지금은 힘을 쫙 빼고 흘러가는 대로 그 흐름을 만끽하고 싶다.
그런데 왜 하필 책을 쓰고 싶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1. 돈 벌고 싶어서
2. 엄마랑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3. 그냥 나 심심해서
4.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이 중에 정답이 있다.
정답은, 조금 식상하지만 모두 정답이다. 하지만 엄마와 이야기를 하며 내용을 정리할수록 이 4가지 항목 각각의 의지 게이지가 달라지고 있다. 바로 아래처럼!
할 말이 참 많은데, 분명 책으로 나올만한 가치가 있는 말들이라고 확신이 든다. 내가 타겟팅하는 그들에게는 엄마의 이야기가 한 번쯤 접해볼 만한 하다. 그러므로 해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