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벌써 사직서 2번 써봄
자유롭게 살아라!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네. 그리하여 어머니의 말씀을 잘 듣는 딸은 정말 자유롭게 살고 있답니다.
내게 주어진 자유를 맘껏 활용하여 또 새로운 프로젝트를 얼렁뚱땅 시작해보려고 한다. 바로 엄마와 함께 실물책 출판하기 대작전! 1인 출판사로 독립 출판을 할지 대형 출판사와 작가 계약을 맺어 출판할지 지금은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느낌이 아주 좋다. 근거는 딱히 중요하지 않아.(엣헴)
그렇지만 어떻게 시작할지 잘 몰라서 우선 그 과정을 브런치에 가볍게 기록해보려고 한다. 브런치는 꽤 익숙하거든요. 무엇이든 하다 보면 답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씁니다. 브런치를!
나는 엄마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다.
은퇴를 앞둔 엄마의 그 심정을.
엄마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대기업에서 30년 넘게 재직 중이다. 그리고 이제 다음은, 어 잠깐만, 다음은 뭐지? 당최 은퇴가 뭡니까?
엄마는 내 나이보다 한 살 더 많은 세월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며 30년의 경력을 쌓았고, 이는 30년의 무퇴사 경험과 함께 한다. 하지만 한 회사에만 올인하며 살아온 그간의 시간이 참 무색하게도 헤어질 시점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렇다면 이제 뭘 해야 하지? 놀랍게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아무도 정답을 모른다. 함께 패닉에 빠져 있을 뿐이다. 은퇴에 대한 체감도 막연한데 은퇴 이후의 삶을 알 리가 없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에게 은퇴는 막연함을 넘어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공포스러운 불안 그 자체였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입사한 엄마에게 은퇴는 멀고 먼 남의 이야기였으니까. 그러나 어느덧 30년이 흘러 50대 중턱을 넘어섰다. 이제 더이상 정년퇴직은 가볼 일 없는 그림 속 남의 산이 아니다.
슬슬 폭발을 시작한 화산이다. 곧 임금피크제와 함께 발등에 불꽃이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머지않아 지금의 모든 것이 뒤바뀔 대폭발이 일어난다. 하지만 인간은 불을 활용할 수 있지요. 우리 엄마에게는 딸이 둘이나 있답니다. 그중에 특히 큰 아이는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가며 명석하게 살고 있지요. 그게 바로 나!
여기서 잠깐,
제목의 질문을 던져보자.
30년간 한 회사만 다닌 엄마에게, 두 회사를 합쳐 간신히 3년을 채우고 퇴사한 딸이란 무엇인가. 마땅히 소탕해야 할 MZ적폐인가? 라떼가 일으킨 한강의 기적에 무임승차한 근성 제로 요즘 애들인가?
아니죠.
넘치는 패기로 뭐든 해낼 귀여운 딸이랍니다.
엄마는 언제나 그렇듯 나를 응원한다. 나의 꿈은 물론 퇴사까지도. 여기서 대체 나의 꿈이 무엇이냐 물어볼 수 있으니 짚고 넘어갈게요.
지금의 내가 가진 거대한 목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평생 동안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하게 떠드는 것이다. 어쩌다 한 번 만나서 노는 일회성 만남을 넘어 아주 빈도 높은 끈끈한 지속성을 이어가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튼튼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기본으로 굳건한 경제력과 여유로운 시간 등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 역시 그것들을 갖추고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므로 엄마의 불안은 나의 꿈을 이루는데 제거해야 할 요소다.
자, 문제가 주어졌다.
엄마의 은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보자.
어떻게? 일단 뭐든 해보면서!
내일부터는 브런치글은 좀 짧게 쓰고 진짜 초안을 써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