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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 관람요령

2025 국제주류 와인박람회에 다녀왔다

by 마이크 타이프

2025년 6월 26일(목)부터 3일간 코엑스 전시홀에서 개최하는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를 다녀왔다. 서울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데 이런 박람회를 놓칠 순 없다. 고맙게도 거래처인 와인수입사에서 모바일 초청장을 보내주기까지 했다.


금요일 오후에 방문한 박람회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이렇게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니 술집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는 고마울 따름. 올해로 34회째를 맞은 이번 박람회에는 국내외 와인, 전통주, 위스키 및 맥주 등을 취급하는 약 340개 사가 참여해 440개 부스를 운영, 5000여 개 브랜드를 선보인다고 하니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놓칠 수 없는 행사다.


이런 대규모 행사에 참여할 때는 조금은 침착해져야 한다. 특히 주류 브랜드와 거래처 등을 발굴하려 방문한 비즈니스 관람객이라면 더욱 그렇다. 마음 편히 관람하러 온 일반 관람객처럼 마음 가는 대로 시음행사에 참여하고 볼거리 즐기다가는 부스 몇 군데 가보지도 못하고 하루 해가 금방 넘어간다.


내친김에 비즈니스 목적으로 주류&와인 박람회에 참여할 때 준비사항과 나름의 유의사항을 정리해 본다.


준비사항

1. 당연한 말이지만 차를 가져가지 않는다. 대리운전해 줄 사람이 없는 한 주류박람회에 가면서 차를 가져오면 시음 자체를 할 수 없거나 대리기사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2. 명함은 넉넉히.

이것도 당연한 말이지만 미처 깜박하거나 충분한 수량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모바일 명함 등도 있지만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빳빳한 종이에 반듯하게 인쇄된 명함이 더 좋다. 주고받는 맛이 있다고나 할까. 미팅 후 바로 중요사항을 명함에 적어두는 편리함도 무시 못한다.


3. 가방은 챙기되 비워둔다. 여러 부스를 돌아다니면 팸플릿이며 스티커, 각종 홍보자료나 소소한 기념품 등을 받게 되는데 이들을 넣어갈 가방이 꼭 필요하다. 물론 행사장에서 나눠주는 비닐백이나 종이 쇼핑백을 구할 수 있으니 가방이 없어도 큰 무리는 없다. 나의 경우는 행사장에서 받은 홍보자료들을 나중에 찬찬히 살펴보고 정리하는 편이다. 마케팅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고, 물품 리스트를 한눈에 파악할 수도 있다. 관심 있는 업체의 홈페이지에 다시 들어가 물품 리스트를 다시 봐야 하는 불편함도 줄어드니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전문 관람러(?)들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아예 여행용 캐리어나 카트를 가져온다. 특히 마음에 드는 와인이나 위스키 몇 병만 사도 무게가 꽤 나가니 이런 바퀴 달린 가방은 탁월한 선택이자 전략이다. 다만, 비즈니스 관람객이라면 굳이 현장에서 술을 구입할 필요까진 없을 수도 있다. 나중에 공식 거래를 통해 발주받으면 되고, 무엇보다 들고 다닐 물건이 많아지면 쉬 피로해져 다양한 예비 거래처들을 만나보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4. 스테이플러가 있으면 좋다.

각 부스에서 받은 명함과 홍보자료를 함께 스테이플러로 찝어 두면 아주 편리하다. 박람회 행사장을 한 바퀴 정도만 돌아도 업체 명함과 홍보자료가 수 십 개. 받는 족족 생각 없이 가방에 쑤셔 넣고 나면 나중에 어디서 어떤 자료를 받았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정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몇 개 정리하다 짜증이 몰려와 결국 그냥 모두 쓰레기통에 넣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5. 물과 약간의 간식.

드넓은 행사장을 수많은 사람들을 제치며 돌아다니다 보면 목이 마르게 되는데 물을 판매하는 자판기는 행사장 출입구에만 있어 생각보다 물을 구하기 쉽지 않다. 주류박람회의 경우엔 ‘술’을 시음을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에 물이 필요 없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 몇몇 와인을 시음하고 나면 술맛이 섞여버려 혀가 둔해질 수 있으니 가끔씩 입을 헹궈줄 필요가 있다. 배가 고플 수 있으니 간식도 조금 챙기면 좋다. 물론 행사장 내 카페에서 물이나 커피, 간식을 사 먹을 수도 있고 행사장 시식회 등에서 공짜 음식을 즐길 수도 있지만 돈도 많이 쓰고 줄을 서야 하므로 시간도 많이 낭비하게 된다. 비즈니스 목적으로 박람회를 방문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340개 부스에 1분씩만 시간을 들여도 340분, 6시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


흠... 준비사항은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이번엔 행사장 현장에서 박람회를 둘러보는 요령을 살펴보자.

유의사항

1. 마음을 좀 더 차분하게

대규모 박람회, 수백 개 부스에서 진열된 신기한 물건들, 떠들썩한 행사, 공간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보면 괜히 마음이 들뜬다.(나만 그런가?) 눈이 휘둥그레 뜨며 두서없이 여기저기 둘러보며 이런저런 이벤트에 참가할 생각은 아예 금물. 비즈니스 목적으로 왔으니 그 목적을 달성해야 하지 않겠나.


2. 부스들을 체계적으로 방문할 것.

관람 전 부스 배치도를 먼저 본다. 부스배치도를 보면서 어떤 주종이 어느 위치에 있고, 큰 규모의 독립부스를 마련한 업체와 위치를 대강 살펴본다. 그래야 방향을 잃지 않고 각종 부스들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특정 부스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는다. 특정 부스가 눈에 띈다고 해서 곧바로 그 부스를 방문하는 것도 썩 좋은 방법은 아니다. 일단 부스 배치도를 보면서 행사장 전체를 훑어보며 괜찮다 싶은 부스를 배치도에 표시해 놓는다. 그러고 나서 다시 출입구로 돌아와 표시해 놓은 업체를 중심으로 탐방을 다시 시작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몇몇 부스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될 위험이 있다.


3. 업체 대표와 대화를 나눠볼 것.

부스를 방문하면 가급적 대표를 만나 잠깐이라도 얘기를 나눠본다. 그게 안되면 최소한 영업 총괄 관리자를 만나보는 게 좋다. 아르바이트생이나 말단 직원은 일단 행사에서 일반 관람객을 응대하느라 바쁘다. 발주 최소량, 업체 할인율 등 납품과 관련한 핵심내용도 잘 모른다. 무엇보다 대표를 만나보면 영업 스타일이나 성격 등도 대충 파악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발주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가 중요한데 대표와의 대화는 그런 직감을 제공해 준다.


4. 업체별 사진 한 장 남기기

방문했던 부스는 사진을 찍어둔다. 쓸데없이 사진을 많이 찍을 필요는 없지만 관람 후 곧바로 당시 정보와 내용을 리마인드하는데 사진만 한 게 없다. 사진을 찍을 때는 명함과 부스에 진열된 물건들을 함께 담는다. 그렇게 하면 추후 발주업무 등에 매우 편리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부스 몇 군데를 둘러보니 어느덧 3시간이 훌쩍 지났다. 박람회를 좀 더 즐기고 싶지만 서둘러 전시장을 떠난다. 마감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퇴근 시간과 겹쳐 지하철은 콩나물시루가 될 테니!

by hazydra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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