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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크 타이프 Mar 23. 2019

빤스는 바지 위에 입는 게 아니다

페이스북 위기의 근원

이럴 줄 알았다. 바란 건 아니었지만 예상은 했다. 소셜미디어의 황제, 페이스북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유출문제와 허술한 사이버 보안문제로 시달렸다. 또 얼마 전에는 수억명 회원들의 비밀번호를 암호화하지 않은 채 서버에 보관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내부 직원이라면 회원들의 비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페이스북 직원은 대략 2만 명이다.     


이런 소식도 들린다. “페이스북을 SNS라고 부른대요. 어르신들만 북적대서 ‘시니어 네트워크 서비스’라고요.”(중앙일보, 2019.03.22. [분수대] 어린이 만든 세상) “진영논리로 가득 찬 글이거나, 허세 넘치는 일상, 광고성 포스팅만 넘쳐”나는 페이스북의 위태로움을 감지한다. 페이스북은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까.


페이스북이 위기를 맞게 된 근원(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은밀함의 파괴’에 있다. 회사측의 허술한 보안 관리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문제는 직접적이면서도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유저들도 잘못이 있다. 이들은 ‘은밀함의 영역’을 스스로 파괴했다. 은밀함(privacy)의 영역? 말그대로 프라이버시의 영역,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정리되지 않은 자신의 입장, 솟구쳐 오르는 이유 모를 감정, 귀동냥으로 들은 ‘~카더라’ 정보, 울 오빠가 (여친 몰래) 사준 명품백, 실연의 아픔에 남몰래 흘린 눈물.


이렇게 아직은 ‘은밀함의 영역’에 머물러 있어야 할, 설익은 포스팅들이 페이스북을 채우면서 페이스북의 위기는 시작되었다. 자기표현이 공감을 얻고, 그 공감들이 신선한 동기(motivation)가 되는 선순환은 깨졌다. 제대로 발효되지 않은 설익은 은밀함을 대규모로 유통하면서 페이스북은 감칠맛 떨어지는 오피니언 마켓이 되었다.      


각자의 은밀한 영역은 불가 영역이기도 하지만 비공 영역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은 바로 이 점을 소홀히 여겼다. 자고로 빤스는 바지 위에 입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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