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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Aug 23. 2020

주먹구구식 성공이냐, 더딘 성장이냐

소셜마케팅, 양적 성장vs질적 성장

소셜에 있어서 양적 성장이란 “어떻게든 팔로워부터 늘리고 보자. 그러면 채널에 올라오는 콘텐츠들도 참여율이 높아지겠지”다. 반대로 질적 성장이란 “좋은 콘텐츠를 자주 만들다 보면 팔로워가 늘 거야. 언젠가는 터질 테니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우리 상품을 좋아하는 진성 고객들과 소통할 거야.” 다.


대부분의 기업 소셜 마케터는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의 갈림길에서 주저하다 결국엔 전자를 선택한다. 회사는 비용이 들어가는 일에 효과가 최대한 빨리 나오길 기대하며 담당자 입장에서도 매일, 매주, 매달 진행되는 평가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 양적 성장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동남아시아에 페이지 또는 콘텐츠 광고를 돌리는 것이다. 비용 대비 규모의 성장을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다.


동남아권 지역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페이지 광고가 뜨면 일단 좋아요를 누르고 보는 습성이 있다. 한류 열풍으로 한글을 몰라도 한국 콘텐츠에 좋아요 누르는 사용자가 많다. 이 점을 이용해 페이지 광고 타깃을 동남아 국가로 설정하면 순식간에 많은 팔로워를 얻어낼 수 있다.  

(출처: 비즈 한국)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를 타겟팅해서 광고를 돌리다 보면 좋아요가 많은 콘텐츠, 잘 되는 채널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이런 활동들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채널들을 보면 하나 같이 공통된 현상이 보인다. 팔로워는 많은데 콘텐츠당 like 수는 현저히 적은 채널, 스크롤을 내리다 보니 like가 많은 콘텐츠가 있긴 한데 눌러보면 동남아 사람, 또는 체리피커 계정이 태반인 채널. 흘림체로 쓴 것 같은 태국어, 방글라데시어는 누가 봐도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양적 성장. 과연 이게 효과적인 채널 운영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가시적인 숫자에만 신경 쓰다 보니 보이기 위한 양적 성장에 치중하는 것이다. 마케터 입장에서도 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핸들을 돌려야 하는데 불행히도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온전히 콘텐츠가 가진 힘으로 채널을 키운다는 건 증가 수치가 보장되지 않고 속도 또한 더디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콘텐츠 축적을 통한 질적 성장은 중요하다. 보이는 데만 급급하다 보면 나중에는 정말 보여줄게 아무것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소셜 마케터는 대중에게 인정받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언제까지나 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양질의 콘텐츠란 어떤 걸까? 5년 동안 무형의 저관여 상품인 음악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여러 가지 시도와 실패를 반복해보았다. 이를 통해 주관적이긴 하지만 내 나름대로 잘되는 콘텐츠 유형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히든 스토리, 커버 영상, 병맛, 큐레이션, 간단한 퀴즈 등등이 이에 속했다. 이 중 몇 개를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Publy)에 '삽질'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해보았다.

https://publy.co/set/931?fr=home&c_order=0&c_id=carousel


모두 다 광고 없이 오가닉으로 잘 된 콘텐츠들만 소개했다. 바이럴이 잘 돼서 추가 확산 차 소액 광고를 돌린 콘텐츠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순수 콘텐츠 힘만으로 확산된 케이스다. 이런 콘텐츠들이 채널에 지속적으로 쌓이게 되면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구축됐고, 이 아이덴티티에 반해 자주 오는 진성 팬들이 생겨났다. 팬들은 곧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변 지인들에게 우리 브랜드를 스스럼없이 홍보하기 시작했는데 여러 명의 외부 마케터가 생겨나는 순간이라 할 수 있겠다. 업로드 후 하루 이틀 만에 20만 명에게 도달하는 이미지 콘텐츠, 단일 조회수 1,000만 건의 이상의 영상 콘텐츠는 모두 이용자들의 입소문이 없었다면 불가능할 일이었을 것이다.


이 같은 오가닉 콘텐츠의 성공은 단순 브랜딩만으로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콘텐츠의 성패가 음원 차트(=매출)에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예로 길구봉구와 하동균이 함께 부른 '그래, 사랑이었다'는 2017년 3월에 발매된 음원이었다. 이듬해 1월에 공식 뮤직비디오를 페이스북 채널에 맞게 후가공해서 오가닉 콘텐츠로 배포했다. 업로드 후 멜론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해당 음원 스트리밍 횟수가 폭주했다. 혹시나 싶어 여러 채널을 조사해봤지만 당시 내가 올린 콘텐츠 외에는 어느 채널(방송, 언론, SNS)에서도 이 음원에 대한 홍보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알 수 있는 건 오가닉 콘텐츠가 잘되면 매출에 직간접적 영향을 건네준다는 것이다.


정확히 데이터를 알 수 없냐질문할 수 있겠지만 UX(사용자경험)적인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이용자가 소셜에서 영상을 보고 그 안에 있는 링크를 타고 음원을 듣는다는 건 솔직히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오히려 영상을 보고 난 후 '어? 이 음악이 좋네?' 인지하게 되고, 기존에 자기가 사용하던 음원 서비스 앱을 열어 그 곡을 스트리밍 하는 게 올바른 루트일 것이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소셜에 올린 오가닉 콘텐츠가 정확히 매출의 견인차가 됐다고는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러 가지 요소들을 종합해봤을 때 잘 되는 콘텐츠, 브랜딩이 잘 된 채널은 매출 상승에 영향을 줄 여지가 다분하며 브랜딩은 가변적이고 불확실한 만큼 더 많은 기회와 더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궁극적으로 내가 이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건 양질의 콘텐츠와 이를 통한 질적 성장의 중요성이다.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는 채널은 늘 속이 꽉 차있기 마련이며 성장한다는 것은 내면과 외면이 같이 커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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