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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Jul 31. 2020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가

마케팅에서의 인풋과 아웃풋

아이디어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그러니 얼마나 좋은가. 하고 싶어도 돈 없어서 시도도 못하는 일이 많은 세상에 아이디어가 주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본인이 좋아하는 것, 잘 아는 것을 아이디어로 끌어다 쓸 수 있다. 다음 사례를 통해 한번 고민해보자. 당신은 어떤 걸 끌어다 쓸 수 있을지 어떤 게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내 첫 사회생활은 비영리였다.
대외활동으로 접한 사회적 기업의 가치에 반해 사회적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사무국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됐다. 후에 비영리를 나와 음악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하면서도 소셜 섹터에 대한 관심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했다. 사업 아이템 자체가 개인의 수익성을 높여주고 팔리는 족족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이런 회사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래서였을까. 회사에서 연예기획사와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마케팅 프로모션을 기획해보라는 말에 아래와 같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소리 찾기

신곡 발매 전 아티스트가 일정 기간 스트리밍 목표 횟수를 정하고 달성될 시 난청우들에게 보청기를 기부하는 프로모션  

예) 2주 동안 스트리밍 100,000회당 딜라이트 보청기를 청각장애우에게 제공 (*스트리밍 횟수는 임의로 기입했으며 아티스트 파급력에 따라 변동 가능)

- 기대효과 :  브랜드 이미지 제고, 기사화를 통한 이슈 메이킹 (내가 음악 서비스를 들으면 청각 장애우에게 소리를 아준다선순환 이미지 강조)


 아이디어는 애초에 내가 사회적 기업 '딜라이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낼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 '딜라이트'는 난청이 있어도 보청기를 구입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시중 대비 50~80% 저렴한 가격인 34만 원으로 보청기를 공급해주는 사회적 기업이었다. 인턴으로 일할 때 성공사례로 자주 접했던 기업이기도 했다.


음악은 소리. 소리를 듣는다. 듣는다는 건 뭐지? 들을 수 없다면 어떻게 되는 거야?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을 위한.. 딜라이트.. 소리를 찾아주는 음악회사. 뭐, 대개 이런 식으로 발상이 구체화된 케이스였다.  


“이거 괜찮은 것 같아. 내가 써볼게.”


기획안을 검토했던 상사가 말했다. 소리 찾기라는 키워드를 좋게 본  상사는 후에 이 아이디어를 지니뮤직 챌린지(아티스트가 노래방 기기로 노래를 부르고 점수 1점당 1만 원씩 청각 장애우들의 인공와우수술 돕기 금으로  기부되는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디벨롭하였고 중장기 소셜 프로모션이 실행됐다. 보청기 증정은 청각 장애 아동 인공 와우 수술로 변모했고 스트리밍 조회수에 따라서 도움을 주자는 건 노래방 점수에 따라 수술 기부금이 책정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당시 일 년 차 쪼렙이었기에 이 챌린지에 단지 아이디어만 보탰을 뿐이었다. 청각장애우에게 소리를 찾아준다는 아이디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팀엔 도움이 됐다.


줄곧 단순 공연 협찬만이 주를 이뤘던 마케팅 부서에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제안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도 음악회사에서 청각 장애 아동을 돕는다는 이미지는 대내외적으로 활용하기 좋은 이미지 메이킹이었고. 기획사 입장에서 바라봐도 아티스트의 선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알리는데 나쁘지 않은 소재였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건 내 일로써 사회도 좀 더 좋아졌으니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하나의 사례를 통해 살펴봤지만 결국 마케팅이란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한 사람의 현재는 과거의 수없이 많은 경험들이 축적되어 그 사람의 성향과 가치관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누구나 갖고 있는 경험이 다를 것이며 그걸 어떻게 끌어다 써야 일이 될 수 있을지, 마케터라면 가장 먼저 그걸 고민해야 한다. 기획력이란 곧 나를 잘 알아가는 것이며 남과 다른 차별화된 지점을 만들어낼 수 있으려면 어디까지나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게 내가 잘 알고 엮을 만한 거리 일지 고민하다 보면 아이디어는 자동으로 생성된다. 그러니 여태 나온 적 없었고 기발한 아이디어라 생각하면 그냥 던져보자.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우리가 뒤늦게 인식한 것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아이디어엔 돈이 들지 않으니 생기는 족족 내놓으면 얼마나 좋은가. 좋은 아이디어란 곧, 마케터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고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최근에 TBWA의 카피라이터 오하 작가의 강연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마른오징어 같은 는 좋은 아이디어가 샘솟지 않아요. 그러니 최대한 많이 머금으세요."


나 또한 아웃풋이 있으려면 인풋이 많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으려면 그만큼 자기 자신이 많이 보고 듣고 내실이 꽉 채워져 있어야 한다. 그러니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싶다면, 보든 읽든 듣든 배우든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할 것이다. 뭐든 경험한 만큼만 써먹을 수 있고 써먹을 수 있어야 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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