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깨달으며 자신을 높이는 삶
'프로페셔널 스튜던트'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후, 배움 외엔 무기가 없는 나와 같은 직장인 Learner들을 위해. 작은 욕망과 책상 앞에 무겁게 붙잡힌 엉덩이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도 해보고자 글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프로페셔널 스튜던트는 직업 없이 학위만 쌓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지만, 문득 직장인으로서 현실이라는 프로의 무대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깨달으며 살아가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쩌면 프로페셔널 Learner라 불릴 수 있지 않을까?
일부 냉소적인 문체로 다소 비판적인 시선이 담겼다면, 그 또한 한 직장인의 진심 어린 고민으로 읽어주길 바란다. 잘난 것도 없지만, 앞으로의 글들은 배움의 성과를 자랑하거나 노하우를 나열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스치듯 느꼈던 감정들과 다음 배움을 준비하는 희망의 끈,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인생의 사다리를 오르는 의지 등 배움의 과정에 대한 경험과 현재를 살아가는 의지를 에세이 형식으로 공유하면서, 배움을 통해 나 자신과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는 이들의 동조와 작게나마 배움의 습관에서 오는 삶의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 부여를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물론 나 역시 부르주아도 프톨레타리아라고도 할 수 없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시민의 한 유형으로 공부가 가장 쉬웠다거나, 자율적인 메타인지가 가능하여 무엇을 먼저 학습해야 할지 유추하는 비범함은 전혀 갖추지 못한 일반인으로, 암기에 대한 반감기가 하루밖에 안 되어 외우는데 애를 먹는 타입이다.
잠깐 학창 시절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노력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남들이 그저 그렇다고 생각하는 대학교를 입학했다. 그 마저 나를 포함한 몇몇 소위 시험운이 나빴다 자위하며 현실을 부정하는 부류들은 성인이 되자마자 제대로 삐뚤어져 보겠다고 책을 끊고 스스로에게 반항하며, 내일에 대한 고민 없이 군입대 전까지 인생을 마음껏 소비하였다. 대신, 군 복무 중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고 스스로의 가치를 제고하는 시간을 겪으며, 학업은 무사히 마쳐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이후 복학생으로서 고민 없이 시간 낭비하는 습관을 줄였지만, 소위 캠퍼스 러브 스토리라는 흔한 말조차 들어보지 못할 정도로 Nerdy 한 삶을 산 탓에 비록 초라하였지만 나쁘지 않은 학점을 받았고, 당시 이공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여 최근 구직자들에게는 불편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가까스로 난 대기업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당시를 회고해 보면 비록 남들에 비해 객관적으로 부족한 능력치인지 몰라도, 스스로 내 그릇의 크기를 가늠하며, 무엇인가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런 기대감이 때로는 나를 자신감으로 인도하기도 했지만, 꿈꾸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어린 시절의 막연한 희망 회로는 현실을 마주하며 점점 무기력으로 바뀌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무엇이 될 것인지 점점 뚜렷해져 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어린 시절 꿈꾸던 꿈을 이룰 수 없음을 직시하면서 좌절로 다가왔다. 물론 직업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을 갖고 도전을 지향하는 일부 혁신가들이 있지만,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 하에서 배움이 곧 재산이고 미래라고 생각한 나처럼, 전공을 정하고, 직업을 택하면서 이 길이 내 길이라는 판단하에 보다 명확한 미래를 그리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의 높이를 인정하며 좌절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물론 자신의 꿈을 조기에 이룬 분들에게는 존경을 표한다. 최근에는 문득 사무실 내 정년을 향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미래의 내 모습이 아닐까 하는 희미한 잔상이 그려지면서, 조금씩 배움을 통해 내 미래에 대한 잔잔한 파동을 일으켜 보고 싶었다. 물론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는 사람은 뚜렷한 모습을 그리겠지만, 난 꼭 무엇이 되겠다기보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 속에 살고 싶었다. 그래서, 보다 또렷해지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이 불편했고, Blur 처리된 모습 속에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더 즐거울 것만 같았다.
이제 직장생활 18년 차에 접어드는 나에게 왜 배우냐고 물으면, 아직은 더 나은 직장이나 지위를 위해 미리 준비한다고 할 수 있지만, 언젠가 목적을 위한 배움이 아닌 배움을 통한 배움, 내 사고를 확장하고, 지식의 폭을 넓어주는 즐거움을 통해 더 나은 직장이나 지위가 나를 쫓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목표를 위한 배움은 목표 달성 이후에 배움을 중단하기 십상이고, 이를 통해 느껴지는 공허함과 허무함을 경험한다면, 배움은 인고의 과정이자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앞으로 무엇인가를 배웠던 과정을 기술하면서 경험한 심상을 때론 감정적으로 때론 얕은 지식도 뽐내보며 진솔하게 글로 표현하고자 한다. 누군가의 조용한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첫 번째 에세이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