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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주영 Sep 15. 2024

[소설] 3장.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판타지 장편 소설] 댓플레이스 (That Place)

‘쿵!’

엠마는 저울 위에 올려놓은 짐 가방을 바닥으로 냅다 던져버렸다. 그 바람에 깜짝 놀란 옆 좌석의 할아버지가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엠마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는 눈꺼풀을 뒤덮은 주름이 거슬리는지 자꾸 눈을 끔뻑거렸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엠마가 이번에는 손에 쥐고 있던 <죽음의 시계>까지 바닥에 던져버리며 소리쳤다. 


“엄미향씨! 하마터면 죽음의 시계가 깨질 뻔했잖아요!”

엠마의 <남은 마음> 무게 측정을 도와주던 레이먼이 엠마가 던져버린 죽음의 시계를 얼른 집어 들고 시계가 무사한지 이리저리 살피며 소리쳤다. 그는 하얀 얼굴에 푸른 눈, 연노랑 머리카락을 가진 전형적인 앵글로색슨족으로, 그의 입 모양은 영어를 말하고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엠마에게는 유창한 한국어로 들렸다. 


“엄미향이라니요! 엠마라고요! 엠, 마. 나 몰라요?”

엠마는 레이먼의 말에 있는 대로 신경질을 부리더니 머리를 무릎에 파묻은 채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레이먼은 난감한 표정으로 옆 좌석의 마르티를 바라보았다. 마르티는 자기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듯 레이먼을 향해 양쪽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레이먼은 오랜만에 만난 골치 아픈 영혼 덕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봐요 엄미…… 아니 엠마씨, 진정해요. 그나마 당신은 선택지라도 있잖아요.”

레이먼이 애써 엠마를 달래 보려 말을 걸었지만, 엠마는 울음을 멈출 줄 몰랐다.


“이미 내 얼굴과 몸은 엉망진창이 됐을 거라고요!”

엠마가 고개를 들어 레이먼에게 쏘아붙였다. 엠마는 풍성한 머리칼을 한껏 부풀려 한쪽 어깨로 늘어뜨린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몸에는 그녀의 탄력 넘치는 몸매가 우아하게 드러나는, 은은하게 빛나는 스팽글로 장식된 드레스를 걸치고 있었고, 목과 손목에는 최고급 로봇 한 대 값의 목걸이와 팔찌가 빛나고 있었다. 


“그래도 엠마 당신의 신체는 회복할 수 있는 정도예요. 매일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요. 그중 대부분은 되돌아갈 수 없는 몸 상태라서 이곳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댓플레이스> 입구로 가서 심사를 받아야 해요. 그나마 신체 회복 가능성이 있는 아주 일부 사람만이 이 곳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남은 마음> 무게를 체크할 기회를 갖는 거라고요.”


레이먼은 엠마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배우 엠마를 맡게 되었다고 해서 은근히 설레었는데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다.




2123년 12월 31일. 톨레랑스 영화제에서 자폭 테러가 일어났다. 극단주의 단체의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묻지 마 테러였다. 이 사고로 2,5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시상식장은 물론 인근의 병원들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수라장이 된 것은 지구뿐만이 아니었다. 이렇게 한꺼번에 사망자가 발생하면 사후 세계에도 경보가 울리며 분주해진다. 갑작스럽게 많은 인원을 심사해야 해서, 대기 중이던 문지기들이 총출동하고 긴급하게 임시 심사대를 마련한다. 


그 사고로 엠마와 희주는 ‘죽어가는 상태’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도착했다. 인간 세상에서 통상적으로 죽음의 시간은 찰나이다. 이는 인간들이 그들의 편의를 위해 서류상에 기재할 사망 시각을 정의하기 위해 정해 놓은 기준에 따른다. 심장과 폐가 완전히 기능을 잃어 회복할 기미가 없는 상태. 그 시각을 죽음으로 넘어간 시각으로 선고한다. 


그러나 사후 세계의 관점으로 보면 인간의 죽음은 사실 찰나가 아닌 기간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계단을 한 단계 오르듯 한순간에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무빙워크로 이동하는 것처럼 서서히, 그리고 부드럽게 죽음이 진행되는 것이다. 


희주가 사고 이후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아무도, 아무 소리도 없는 컴컴하고 호젓한 길 위에 서 있었다. 좀 더 정확하게는 ‘떠’ 있었다. 모든 영혼에게는 죽음으로 가는 자기만의 오솔길이 있다. 어미의 뱃속, 태아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느꼈을 원초적인 고요함을 간직한 오솔길을 통해 영혼들은 태초에 그가 있었던 장소로 이동한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오솔길을 한없이 걸어 가다 보면 한 줄기 빛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곳이 바로 삶과 죽음의 경계, 즉 중간 지대이다. 


오솔길 끝에 있는 표면장력이 아주 높은 탱글탱글한 막을 뚫고 중간 지대로 넘어오면 같은 시점에 죽음을 맞이한 수많은 영혼들을 만날 수 있다. 중간 지대는 <댓플레이스> 심사대로 가기 직전, 예정된 인원이 잘 도착했는지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공간이다. 예상시간 보다 늦게 도착한 인원이 있는지, 죽음의 오솔길을 걸어오다가 잔뜩 겁에 질린 어린아이 영혼이 있지는 않는지 마지막으로 점검한다. 


엠마와 희주는 각자 오솔길의 끝에서 중간 지대로 넘어갔다. 그리고 인식하지도 못한 찰나에 어깨에는 배낭을 메고 있었고, 손에는 검은 액체가 들어 있는 모래시계처럼 생긴 물건이 들려 있었다. 바로 완전한 죽음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죽음의 시계>이다. 


그들이 도착한 삶과 죽음의 경계에는 새하얀 의자 1천 개가 줄지어 놓여 있었고, 각각 의자 뒤로 <남은 마음>의 무게 측정을 기다리는 이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작은 배낭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똑같은 모양, 같은 크기의 배낭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아주 가뿐하게 가방을 메고 있는 반면, 어떤 이들은 가방의 무게에 거의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였다. 그들은 가방을 앞으로 멨다가, 뒤로도 멨다가 결국 포기하고 낑낑대며 가방을 겨우 끌며 심사대로 향했다. 심각한 이들의 가방은 아예 꿈쩍도 안 해서 같은 줄에 서 있는 다른 이들이 힘을 모아 함께 끌어 줘야 할 정도로 무거웠다.


그들의 가방에 들어 있는 것은 바로 미련, 후회, 걱정, 여한 등과 같은 각자가 삶에 남겨두고 온 마음이다. 각자가 살아온 인생에 따라 그 마음들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무겁기도, 깃털처럼 가볍기도 하다. 레이먼의 설명대로 대부분의 사망자는 이곳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댓플레이스> 입장 심사대로 가지만, 아직 되돌아갈 수 있는 몸 상태를 가진 사람들은 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다시 한번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는다.


단, 다시 삶으로 되돌아가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바로 <남은 마음> 무게 기준을 통과하는 것. <남은 마음>의 무게는 각자가 둘러맨 배낭의 무게를 저울에 달아서 측정한다.




“언니, 아주 새빨간 색이네요. 돌아갈 수 있겠어요.”

엠마의 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희주가 말했다. 엠마는 분명 삶에 남겨두고 온 마음의 무게가 한가득일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저울의 바늘이 거의 계기판의 끝을 가리키고 있었다. 정말 높은 수치다. 전 세계인의 사랑과 부와 명예, 모든 것을 가진 여자인데 이렇게나 삶에 아쉬움이 많을 줄이야. 


“희주야, 난 이대로 죽는 건 너무 억울해. 온갖 고생을 다 하면서 찍은 영화 개봉한 것도 못 보고, 결국 영화제 대상도 로사가 가져갔어. 내년에는 분명 그 상이 내 차지일 텐데……. 그동안 내가 해왔던 수많은 노력들이 아까워서 견딜 수가 없어. 왜 모든 게 내 마음처럼 안 되는 걸까.”

엠마가 희주를 향해 돌아보며 숨도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앗, 저기. 뒷사람과 상의하거나 대화하시면 안 됩니다.”

“가만히 좀 있어봐요!”


갑자기 엠마와 희주가 대화를 시작하자 당황한 레이먼이 엠마를 말렸지만, 엠마가 앙칼지게 쏘아붙이는 바람이 순식간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서로 아는 사람이 앞뒤로 심사 대기줄에 서 있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잠시 방심했었다.


“휴, 엠마씨는 돌아가게 되었네요. 회복 가능한 몸 상태이고, <남은 마음>의 무게가 이렇게 빨간색을 가리키면 삶으로 되돌아 가셔야 합니다.”

“당연하죠. 여기에 한 순간도 더 있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돌아가는 거죠?”

“망각 주스를 드릴 거예요. 망각 주스는 당신이 좀 전에 던, 져, 서 깨, 질, 뻔했던 <죽음의 시계> 속에 든 액체를 섞어야 비로소 죽음과 기억이 소멸하며 완성됩니다. 시계가 깨졌더라면 아주 골치가 아팠겠죠?”

레이먼이 ‘던져서 깨질 뻔했던’이라는 말을 일부러 꼭꼭 씹어가며 말했다. 물론 흥분 상태의 엠마가 그것을 눈치챌 리 없었다.


“흠…… 생각보다 간단하네요?”

“약간 역겨울 수도 있는데 한 번에 끝까지 마셔야 해요. 이걸 마시면 이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을 잊고 깨어나게 될 거예요. 깨어나는 곳은 보통 죽음이 시작된 곳인데, 사람에 따라 병원이나 앰뷸런스 안에서 깨어날 수도 있죠.”


레이먼은 차근차근 설명하며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그가 열쇠를 엠마의 죽음의 시계 바닥에 있는 작은 구멍에 넣고 돌리자 ‘딸깍’ 소리가 나며 죽음의 시계 뚜껑이 열렸다. 그는 이어서 망각 주스 뚜껑을 열어 죽음의 시계에 담겨 있던 검은 액체를 쏟아붓고는 바닥에 흘리지 않도록 살살 흔들었다. 그러자 물처럼 투명했던 망각 주스가 희한하게도 농도가 아주 짙어 보이는 주황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레이먼이 완성된 망각 주스를 엠마에게 건넸다. 엠마는 주스통을 받아 들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주스 통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알겠어요. 희주야, 나 먼저 간다. 인간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고.”


엠마는 희주에게 짧은 인사를 건넨 후 망설임 없이 뚜껑을 열어 주스를 들이켰다. 주스 한 모금이 엠마의 목구멍을 타고 아주 천천히 흘러내렸다. 끈적하고 묵직한 액체가 목구멍에 걸려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엠마는 하마터면 구역질을 할 뻔했지만, 한 번에 끝까지 마셔야 한다는 레이먼의 말을 기억해내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억지로 주스를 끝까지 삼켰다. 


엠마가 주스를 모두 마시자마자 강렬한 빛이 그녀의 몸을 에워쌌다. 엠마가 손에 들고 있던 주스 통을 놓치자 레이먼이 그것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몸이 조각조각 부서지는 듯싶더니 점점 희미해졌고, 드레스에 붙어 있던 스팽글의 영롱한 반짝임을 마지막으로 엠마는 완전히 사라졌다. 희주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믿을 수가 없어 자꾸만 눈을 비볐다. 그녀는 사라지는 엠마를 자기도 모르게 붙잡으려 하다가 레이먼에게 제지당하고 말았다.


“한희주씨! 다 끝났어요.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레이먼의 말에 엠마를 붙잡으려던 희주의 손이 공중에서 멈칫했다. 희주의 심장이 멈출 줄 모르고 두근거렸다.


“이쪽으로 앉아요. 이곳에 도착했을 때 설명 들었겠지만, 지금부터 당신이 삶에 남겨둔 마음의 무게를 측정할 거예요. 저울의 바늘이 흰색을 가리키면 삶에 미련이나 여한 같은 것이 거의 없는 상태예요. 다시 말해 삶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아주 적은 상태라고 할 수 있죠. 바로 다음 관문으로 넘어갑니다. 다음 관문은 <댓플레이스> 입구인데…… 아, 인간 세상에서는 <파라스페이스>라고 부르죠. 아무튼 그 입구에서 또 다른 심사를 거치게 됩니다. 그 심사 기준은 그 쪽 담당 문지기가 다시 설명해 줄 거예요. 그리고 저울의 바늘이 빨간색을 가리키면 아직 삶에 남겨둔 마음이 아주 많은 상태예요. 아직 죽음으로 넘어갈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거죠. 아직 회복할 수 있는 몸 상태이기 때문에 아까 엠마처럼 망각 주스를 마시고 다시 삶으로 돌아갈 기회를 드립니다. 사실 가장 애매한 경우가 그 중간, 노란색을 가리키는 경우인데요. 이 경우에는 선택권을 드리고 있어요. 삶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이대로 다음 관문으로 넘어가서 <댓플레이스> 입장 심사를 거칠지.”


레이먼이 얼어붙은 희주의 짐 가방을 툭툭 치며 저울 위로 올려놓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희주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삶에 남겨둔 마음이라. 그녀는 자신의 짐 가방은 아주 가벼울 거로 예상했다. 생각나는 사람, 보고 싶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후회되는 일이 없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이미 다 지나간 일이다. 살아 있기 때문에 살아 가는 하루하루가 지겹기만 했는데, 미련이나 여한 따위가 뭐가 있겠는가? 엠마의 비위를 맞춰가며 매니저 일을 하는 것도 이제는 그만 하고 싶었다. 


‘띵동.’

찬물을 끼얹은 듯한 찰나의 고요함이 흐른 뒤, 오른쪽으로 서서히 움직이던 저울 속 바늘이 노란색 영역에서 멈춰 섰다. 수치를 본 레이먼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한 사람당 주어진 시간은 10분 남짓인데, 이 짧은 시간 동안 삶과 죽음 중에 선택하라는 것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까지 선택하지 못하는 영혼들도 많다. 이들은 결국 동전 던지기를 한다. 앞면이 나오면 삶, 뒷면이 나오면 죽음. 이런 중요한 결정에 동전 던지기라니, 어처구니없는 규칙이다. 그냥 운명에 맡기라는 것일까?


난감하기는 희주도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남은 마음>이 무거웠다. 

“한희주씨, 미안하지만 시간이 많지는 않아요. 생각할 시간 10분 정도 드릴게요.”


희주는 눈을 감고 그녀의 하루를 되짚었다. 그녀가 인지하지 못했던 삶에 대한 미련 같은 것이 남아 있는 순간을 찾기 위해서다. 희주는 시끄러운 알람 소리를 들으며 아침에 일어나 완벽한 영양 상태를 갖춘 식사 대용 알약을 하나 복용하고 출근한다. 때로는 활력 음료를 마실 때도 있다.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엠마의 매니저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한다. TV는 잘 보지 않는다. 중요한 이슈가 있으면 리노가 브리핑을 해준다. 


아, 리노! 그러고 보니 리노를 잊었다. 리노에게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사고 당일 리노에게 충전기를 연결해 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리노에게 희주의 소식을 직접 전달해 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도 희주의 칩 신호가 흐릿한 것이 테러 사고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추측하고 그녀의 상황을 이미 파악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주인집 아주머니께 이번 달 월세도 못 냈다. 하지만 그것도 보험회사에서 어떻게든 마무리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희주의 삶에 마음이 남을 만한 곳은 리노뿐이었다. 리노라면 괜찮다. 혼자 남겨 두어도.


“전 돌아가지 않을래요. <댓플레이스>으로 가겠어요.”

희주가 덤덤하게 레이먼에게 말했다.

“빨리 결정하셨네요. 괜찮겠어요?”

“네, 마음 바뀌기 전에 빨리 보내주세요.”

“좋습니다. 이쪽으로 가시죠.”


레이먼은 안개에 뒤덮인 것 같은 공간 쪽으로 손을 뻗어 희주에게 방향을 안내했다. 그동안 뿌옇게만 보였던 공간에서 표지판 하나가 드러났다. 표지판 위에 희미했던 글씨가 점차 또렷해졌다. 


-<댓플레이스> 입장 심사 1871번 대기 줄-

희주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뿌연 공간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The image created by CHO JUYOUNG with Mid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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