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광합성을 할 수 없음.
"아빠, 난 기다리고 있을 거야. 깨어날 거지?
제발 그렇다고 말 좀 해줘. 다시 헤엄쳐줘.
내 물장구치는 솜씨 좀 봐봐, 눈을 떠봐, "
내가 아빠를 만나게 된 곳은 중환자실이었다.
아빠는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
나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듯 목구멍까지 꽂힌 호흡기를 벗으려고 했었고,
"어.. 어..... 어.." 중얼거리며 내 두 눈을 보며 눈물을 흘리셨다.
"아빠의 상태가 왜 이렇게 심각해진 거야 엄마?"
엄마조차도 그 이유를 모르는 듯,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셨다.
아빠의 상태는 계속해서 악화되었다.
의사의 소견으로는 당뇨병과 합병증이 같이 온 상태라고 한다.
등 쪽에 돌이 껴있어서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고 답변했고,
오줌을 못 눠서 호스를 끼는 작업도 동행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 확률은 낮았지만, 최대한 노력해 본다고 말씀을 전해 들었다.
곧이어 형도 도착했다.
형의 표정중 가장 당황한듯한 표정이 내 눈에 보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아빠의 눈을 바라보며 눈물만 흐를 뿐이었다.
우리는 환자를 기다리기 위한 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급하게 몸만 온 상태라 , 이불도, 베개도 없었다.
나는 아빠가 아프다는 사실을 잊고 싶었다.
잊고 싶어서, 유행하는 게임을 했다.
덮고 있던 이불과 베개의 주인이 찾아왔다.
힘드신 것 같다. 힘없는 느낌으로 말씀하셨다.
"죄송한데, 저희 이불과 베개라서요."
사과는 우리가 해야 했다. "아닙니다. 멋대로 써서 죄송합니다."
힘드신데, 서로 파이팅 해요,
"위로가 되질 않았다. 잘 모르겠다. 내가 힘들었던가?"
끼니는 배달로 때웠고, 병원 휴게실에서 먹는 밥은 맛이 없었다.
분명 맛있는 치킨과 짜장면을 시킨 건데, 왜 맛이 없을까,
감정이 싱숭생숭하다,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자가진단이 안 된다.
12살이었던 나는 그저 이 불행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 상황을 망각하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
잠을 자고, 눈을 떠도, 병원이었다.
괴로웠다, 현실을 자각하니,
시야가 희미해졌다, 다시 눈을 감으니,
뜨거운 물이 뺨을 스쳐 지나간다.
잊고 싶어서, 생각하기 싫어서
게임방을 갔다, 5시간 동안 있었다.
게임을 하니 , 염치없게도 재미있었다.
계속 반복해서 매칭을 돌렸다.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유빈아, 아빠가 곧 고비일 것 같대."
엄마의 우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 들렸다.
내 공간은 멈춰있다. 사람들의 소리가 안 들렸다.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내가 그쪽으로 갈게, "
당당하게 내뱉었다. 엄마가 우는소릴 들으니,
내가 울면 안 될 것 같고, 오히려 위로를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아들이니까, 나는 멋진 물고기니까, 내가 해야 한다. 내가 옆에서 힘이 돼야 한다.
아빠의 모습을 보았다.
아빠는 무슨 꿈을 꾸는 건진 몰라도, 깊게 잠들고 계신 상태였고,
손과 발, 피부들이 괴사 하기 시작했다.
파랗고, 처음 보는 아빠의 모습이었다.
온 식구들이 모여 아빠의 마지막을 바라보았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환자의 상태가 저희의 손을 벗어난 상태입니다.
환자의 호흡이 아닌 기계가 공급하는 산소로 연명 중이십니다.
기계로 숨 쉬는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빠를 보았다. 눈을 끔뻑 뜨시려고 하셨다. 정말로 그렇게 봤다.
"선생님, 우리 아빠 눈뜨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피부가 경직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씀하신다.
"선생님, 정말 안 되나요? 우리 아빠 못 보는 거예요?
제발 살려주시면 안 되나요? 아빠에게 못한 말들이 많아요.
방금 손도 움직인 거 같은데, 다시 한번만 진찰해 주시면 안 되나요?
제발요, 제발 기회가 없는 건가요? 우리 아빠 안 되는 건가요? 여기까지 인 거예요?"
의사의 힘없는 사과의 말씀이 들린다,
아니 들리지 않는다, 난 못 들었다, 못 들은 걸로 할 거다,
우리 아빠는 살아있다.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당장 병원으로 뛰어와라."
멈춰있던 공간이 움직였다.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가슴이 쿵쿵대고 긴장이 됐다.
형이 화난 말투로 얘기했기 때문이다.
형이 왜 아빠 마지막 가는 모습에 없었냐고 물었다.
있었지 않았나? 분명 아빠 옆엔 내가 있었다.
발도 주물러줬다. 손과 아빠의 얼굴도 만졌다.
느꼈다. 아빠의 피부를 , 상태를 , 분위기를 , 감정을.
"없었구나 내가, "
게임방에 갔었던 날 전날에 아빠는 돌아가셨다. 추운 새벽에,
먼 길을 걸으셨다. 이제 편하게 되셨다.
몰랐었다. 그렇게 믿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아빠의 마지막을 보았던 순간은 게임방으로 가기 전날 섀벽이였던것 같다.
정말 모른 체 했나 보다,
나의 기댈 곳이 안식을 취했습니다.
하얀 천이 작별을 부르듯 아련하게 덮어졌습니다.
빨간 관에 그대가 쉬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형의 우는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고,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얀 천에 뒤덮인 아빠의 얼굴을 만져본다.
차갑다.
하얀 천에 뒤덮인 아빠의 발을 만져본다.
굳은 듯이 딱딱하다.
하얀 천에 뒤덮인 아빠의 가슴에 귀를 대어 본다.
공허하다. 적막하다. 심해처럼.
나는 계속해서 가라앉는다.
심해는 차가웠다. 빛이 들어오질 않는다.
더 이상 물장구를 칠수가 없다.
눈앞이 캄캄해진다.
나의 발이, 나의 몸이, 나의 손이,
시야에서 없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