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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변심'과

'욕심'을 믿지 않아야 한다.

by 정강민

인심난측, 방인지심불가무 (人心難測, 防人之心不可無) _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고, 남을 경계하는 마음은 없어서는 안 된다.


삼국지 최후의 승리자 사마의는 겉으로는 온화하고 신중했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속마음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동시에 누구도 믿지 않고 끊임없이 경계했던 사람이다.

사마의


그는 젊은 시절부터 총명함이 뛰어나기로 이름이 높았지만, 조조는 능력이 있는 자를 등용하되, 동시에 경계하는 지도자였다. 사마의는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처음 조조에게 불려갔을 때, 일부러 병든 척하며 자신의 야망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조조가 "사마의는 용이 하늘로 오르려 할 자"라며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절대로 자기 뜻을 겉으로 내보이지 않았고, 언제나 말을 아끼고 신중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리고 사마의는 양수의 처형 사건 내막을 이미 알고 있었다. 양수는 조조의 신하로, 지혜롭고 말솜씨가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재주를 과신하여, 조조의 의중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조조에게 자주 언급했다. 조조는 겉으로는 아무말 없이 넘어갔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생각을 꿰뚫는 양수가 매우 불편했다.


어느 날, 조조가 진영 입구에 "계륵"이라는 암호 같은 말기자, 양수는 즉시 "이제 철수하겠다는 뜻입니다. 계륵은 먹을 건 없지만 버리기 아까운 닭의 갈비처럼, 전쟁에서 빠져야 하는 시점이라는 뜻이지요."라고 말해버린다. 조조는 이 말을 들은 병사들이 동요할 것을 우려했고, 더 이상 양수를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결국 그를 처형해버린다.


이는 조조의 모래 한 알도 용납하지 못하는 성향, 즉 자신의 권위나 심리적 균형을 흔드는 사소한 요소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리더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조조는 한번 불신이 생기면 아무리 유능한 신하라도 가차 없이 제거해 버리는 성격을 지녔다. 이것은 '인심난측'의 철저한 적용으로,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볼지를 계산하며, 타인의 속마음도 끝없이 경계했던 행동이었다.

(조조)


조조는 말한다.

"나는 너희를 믿는다. 그러나 그 믿음은 눈을 감는 것이 아니라, 눈을 더 크게 뜨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깊고 어두워 가늠할 수 없기에, 나는 늘 경계한다. 그것이 내가 오늘까지 살아남은 이유다."


사마의는 휘하 장수들에게조차 무한한 신뢰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동맹을 맺거나 부하를 중용할 때조차 항상 그 사람의 배경, 성격, 감정적 반응까지 철저히 분석하고 판단했다. 그는 '사람의 충성은 상황에 따라 바뀐다.'라는 말을 믿었고, 오직 관계가 아니라 통제 가능한 체계만이 안전을 담보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사마의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인심난측, 방인지심불가무"를 실천했다.

첫째, 겉과 속이 다른 척하며, 남의 경계를 푸는 전략

둘째, 상대방의 경계심과 심리를 역이용하는 처세

셋째, 조직 내에서도 절대적인 신뢰를 주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통제술

넷째, 자신이 언제나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연기하는 인내력


사마의는 인간 본성의 복잡함을 누구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에 맞는 생존과 성장 전략을 만들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사람의 마음은 깊은 바다처럼 헤아리기 어렵다.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고, 경계하지 않으면 반드시 당한다.


사람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변심'과 '욕망'을 믿지 않아야 한다.


진시황도 비슷한 말을 한다.

"법을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오늘의 충성이 내일의 야심으로 바뀐다."


리더는 때로 직원, 파트너, 투자자들의 겉모습과 말에만 의존해 판단을 내리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인간은 이익 앞에서 생각을 바꾸고, 관계 앞에서 이해관계를 다시 계산한다.


신뢰는 중요하지만, 신뢰가 곧 맹신이 되어서는 안 된다. 리더는 '사람을 믿되, 시스템을 먼저 세우고, 사람보다 구조를 신뢰해야' 한다.


진시황이 자신이 죽은 뒤를 철저히 대비하고 아들까지 경계한 이유는, '권력은 감정으로 지켜지지 않는다'라는 냉혹한 현실 인식 때문이었다.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 한 사람의 말보다는 다양한 관점의 검증을 거치고, 신뢰 속에서도 '건전한 불신'을 바탕으로 한 체계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경영과 인간관계의 핵심이다. 결국 '인심난측'은 사람을 의심하라는 말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균형과 준비를 갖추라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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