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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온더문 Feb 14. 2021

부유함과 빈민함이 공존하는 공간

과거와 미래의 교차점은 공간이 보유한다.

학창 시절 기숙사에서 지낼 때의 이야기이다. 기숙사는 각종 국가에서 온 젊은이들이 모여서 함께, 또 따로 지냈던 시기였다. 그때 유럽, 미국, 인도, 일본, 타이, 중국 친구들을 여럿 만났다. 대학원을 졸업할 즈음 우리는 인도에서 잘 나가는 IT회사를 경영하는 아버지를 둔 인도 친구의 집에 방문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미지의 인도로 여행을 갔다. 


인도는 내가 태어나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그런 문화와 환경을 갖고 있었다. 친구는 4-5층짜리 집에 살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루프탑의 햇빛이 잘 드는 잔디 위에서 하인들이 개별 테이블을 세팅해서 차려주는 오믈렛과 과일을 겸비한 아침을 즐겼다. 바깥 구경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뽀송뽀송한 빨래가 곱게 개켜진 상태로 침실에 놓여있었다. 정말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이었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어머니뻘 되는 나이치고 젊은 인도 여성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때 지금 내 나이 정도인 마흔 초반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집에서 내조를 하며 집안의 대소사와 자녀들의 인성교육 등을 담당했다. 집을 들어가자마자 코끼리 신의 동상이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인도의 많은 신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그 수많은 종교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했다. 모든 종교들의 존재의 이유는 결론적으로 ‘Love & Peace’라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 이상적인 말이어서 그 당시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조적으로 그 집의 담장 밖으로는 걸인들이 매일같이 구걸하였다. 담장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 구걸하면 그 집의 하인들이 쫓아내곤 하는 모습이 당연한 일상이었다. 세련되고 서구적인 모습을 하고 최첨단 기기를 다루는 사람들과 아직도 큰 터번과 히잡을 두른 아주 긴 수염을 기르고 맨발로 다니며 구걸하는 사람들이 뒤섞여있다. 길거리에는 소와 돼지와 그것을 끌고 가는 맨발의 남자들이 차가 다니는 길로 같이 다녔다. 


나에게 입력된 인도라는 나라의 정체성은 이런 부유함과 빈민함의 카오스이다. 공간적으로 굉장히 인상 깊었던 것은, 아주 오래된 도시와 건축물에 대한 극적인 존재감이었다. 아주 오래되고 전통적인 것이 보수되지 않은 채 세월의 흔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동시에 새로운 것은 새로운 것 대로 혼합되어 발전되는 모습을 보며 과거와 미래의 시간이 공존하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인도의 대부분의 건축은 돌로 만들어졌는데 타지마할과 같이 유려한 형태를 구현한 건축과 섬세한 carving을 통한 표면적 아름다움이 극대화되었다. 돌의 형태와 새겨진 문양을 찬찬히 보다 보면, 한 땀 한 땀 돌에 Carving을 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인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인도의 사막에서 본 하늘에는 해와 달이 공존하는 모습은 혼란스러웠다. 사막 투어를 하며 낙타를 타고 사막의 중심으로 나아갔는데 그곳에서는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는 비현실적인 하늘이 있었다. 어둠과 밝음도 동시에 있었다. 아이들은 인생을 많이 살아본 어른처럼 노래를 불렀다. 인도라는 곳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사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 나라는 시간이 일방적으로 흐르는 나라가 아니라, 입체적이고 다차원적으로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에 현재의 우리가 존재한다. 그 교차점을 기준으로 물질(건축)은 역사가 되고 시간은 소멸되는 동시에 미래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입체적이고 동시다발적이다. 경험적 질을 높이려면 지속 가능한 물질적 가치가 높아져야 한다. 건축과 공간(물질적)은 시간을 담는 그릇이다. 

한 사람, 한 가족, 한 나라, 한 시기를 산 사람들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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