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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온더문 Apr 06. 2021

Working Spaces

뉴노멀 시대의 일 하는 공간

변화하는 사무공간

국내에서는 2010년대 중반부터 모바일 오피스, 스마트오피스, 핫데스크 등의 개념을 국내 여러 기업들이 트렌드처럼 도입했는데, 이들이 중점으로 둔 벤치마킹 요소는 실질적인 기업 문화나 시스템이 아닌 하드웨어였다.

Herman Miller, Vitra 등 글로벌 유명 가구회사들의 인사이트 리포트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한 내용을 고찰해보면, 스마트오피스 운영에 성공 요인은 결국 업무를 대하는 방식과 기업 문화가 우선이고 다음은 원활한 인프라와 테크놀로지, 청소 및 청결과 관련된 시스템 등 운영 정책, 그 후 핫 데스크, 커뮤널 테이블, 개인 락커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이었다.


국내 기업이 사무환경 개선을 위해 택하는 첫 번째 시도는, 직급 순서대로 앉았던 지정 좌석제를 없애고 원하는 좌석에 앉아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속했던 기업들도 하이어라키를 없애자는 취지로 시도했으나, 사무환경을 바꿈에 따라 기업문화가 극적으로 변화한 케이스는 없었다. 경영진부터 사원까지의 마인드셋이 달라져야 궁극적 목적이 달성 가능한데, 대기업일수록 문화를 바꾸기 쉽지 않다. 직급 호칭제를 제거하고 '님'자를 붙인다거나 영어 이름을 쓰도록 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러한 변화를 택하는 것이 단순 트렌드가 아닌, 기업문화의 변화라는 궁극적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취지에 대해 구성원들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사적으로 공감대를 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기업 문화의 변화를 위한 행동들이고 고유의 문화를 계승할 부분과 미래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통해 유니크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스마트한 오피스의 궁극적 목표가 아닐까.



재택근무 (홈 오피스)

2020년에 코로나 확산으로 많은 기업들이 전 직원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도해볼 수 있었다. 회사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대기업들은 외부 접속 시 보안에 취약한 부분에 대해서 더 많이 검토해야 했고, 직원들이 재택근무 시 충분히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여 일을 했는지에 대한 확인을 중요시하는 회사들은 힘든 상황에 봉착했으나 직원들에게 자유도를 주고 믿는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가 초기 확산되던 당시 내가 속해있던 기업에서는 출근시간, 점심 전, 퇴근시간 메신저로 출첵을 하고 근무시간에는 회사 메신저에 접속 해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말하면, 나로서는 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굉장히 높아졌었다. 불필요한 회의를 하지 않았고, 오롯이 일하는 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도 정확하게 지켜서 점심을 먹고 남은 시간에는 산책로를 잠시 걷고, 다시 근무시간에 맞추어 업무를 집중적으로 한 후, 정확하게 퇴근시간에 맞추어 끝냈다. 출퇴근을 하며 낭비하는 시간이 사라졌다. 업무 영역이 디자인이라 더욱 재택근무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것 같았다. 물론, 장애요인도 있었다. 아침에 출근한 척하고 방문을 닫아놓고 업무를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처음에는 내가 재택근무인지 모르고 엄마 없는 일상의 루틴을 보내다가, 어느 순간 엄마가 집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방문을 열어달라고 하고, 같이 방에 들어와 있으려 했다. 그래도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기 때문에 상황을 설명해주면 크게 방해하지는 않았다. 잠깐 화장실 가거나 커피를 타러 가는 사이에 아이들을 안아주고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집에서 일하는 게 더 힘들다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재택근무는 여러모로 나의 직업적 특성과 워킹맘 그리고 나와 아이들 성향을 빗대어 봤을 때, 큰 장점이었다.


 

새로운 워킹 공간

Covid-19 이후 영국에서는 shed-office라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주거 환경상 여유로운 뒷마당의 창고를 자연스레 오피스로 활용하는 사람이 늘어났는데, 그 개념이 확장되어 이동 가능하고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하며 기간별 렌탈이 가능한 ‘스마트가든 오피스’라는 공간이 소개되었다는 기사는 매우 흥미로웠다.


코로나 대유행이 어느덧 1년이 넘었고, 재택근무를 하던 회사들 중 일부는 다시 회사로 복귀를 하도록 하였고, 또 어떤 일부는 재택근무를 일상화하였다. 어떤 회사들은 정책적으로는 재택근무를 공지했음에도 실질적으로는 사무실에서 집합하는 형태의 생활을 이어갔다. 그 누구도 하나의 원칙을 정할수 없고, 상황에 따라 일 하는 유동적 시스템이 중요한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뉴노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영국처럼 일반적으로 뒷마당의 창고를 오피스로 쓸 수는 없기 때문에, 원하던 원치 않던 사무실과 집이 아닌 제 3의 독립적 공간에서의 업무 환경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그것이 자동차가 될 수 도 있고, 아파트의 넓어진 베란다를 활용할 수도 있고, 유휴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독립적 사무공간이 될 수도 있을것이다.  미래 주거환경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일본의 House vision이나 독일의 Mini living과 같이, 근무 환경에 대한 미래상과 프로토타이핑에 대해서는 IT와 보건 영역에서 우수한 우리나라에서 빠르게 시도해볼 만한 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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