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여름 Jul 06. 2020

언니, 맛 좀 한 번 보실래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네게 나눠주는 재미

"언니, 뜬금없지만 주소 좀 알려주세요"


시작은 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 사진이었다.

별 것도 없는 사진이지만 떡볶이는 모두들 좋아하는 음식이라, 떡볶이가 맛있어 보인다는 댓글이 많았다. 딱 한 친구만이 바로 알아보고 "언니도 미로식당 떡볶이 좋아하시는군요"라고 했다.


요즘 내가 집에 쟁여놓고 먹는 몇 가지 중 하나. 채담카레, 미로식당 떡볶이 패키지, 그리고 커피리브레 드립백(특히 코스타리카를 제일 좋아한다). 떡볶이와 드립백 두 가지는 보통 마켓컬리에서 주문하곤 한다. 집에 이 세 가지 품목이 떨어져 갈 때쯤이면 불안해지기까지 한다.


미로식당 떡볶이를 알아봤던 그 친구가 며칠 뒤 저 카톡을 보낸 것이다. 우리집 주소를 알려달라고. 고향인 대구에 갈 때마다 들르는 모모상점이라는 빙수 떡볶이집이 있는데, 떡볶이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고. 떡볶이 좋아하는 내가 생각나서 하나 더 주문을 했다고. 나중에 떡볶이 오면 같이 후기 나눠보자고.


세상에.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카톡을 한참 봤다. 알고 지낸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깊이 있는 얘기를 많이 나눈 것도 아니었지만, 늘 다정하고 예쁘게 말할 줄 아는 친구이기에, 그게 말뿐으로 끝나는 게 아닌 걸 알기에, 문득문득 배우고 싶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은 친구였다. 이렇게 또 하나 배운다.


세상은 이처럼
별 것 아닌 것들의 모임이다.
별 것 아닌 마음이 쌓여
이 거대한 세상을 살아가게 한다.

 그 친구 덕분에 너무도 기분 좋게 외출을 했다. 내 가방에도 그 날 만나는 친구에게 나눠줄 채담카레가 담겨 있었다. 요즘 채식 지향으로 지내보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그 덕분에 알게 된 비건들도 먹을 수 있는 '채담카레'. 새싹 7종을 뭉근하게 끓여 만든 카레라고 한다. 양송이나 감자나 시금치 등 그날 먹고픈 채소를 토핑으로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니까 조리도 너무 간편하고, 내 입맛에는 잘 맞는다(평소 즐겨먹던 아비코 커리맛과 비슷해서 너무 좋아한다).


한 달에 한번 대폭 세일을 하는 날이 있는데 그 날을 기다렸다가 30팩씩 사두곤 한다. 그리고  채식에 관심 있는 친구들 만날 때마다 맛보라고 몇 팩씩 선물해보곤 했다. 여러 명에게 선물했지만 맛에 대한 후기는 딱 한 명에게 밖에 못 들었다(흑). 혹시 입맛에 너무 안 맞았나 걱정이 되지만, 그런 걱정도 부질없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 나누고, 자신을 떠올리며 선물해줬다는 그 마음을 알고, 그런 과정들이 훨씬 의미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전 03화 2019년 6월 8일의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