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만 써놓고 보면 새삼 생경해지는 #오늘
#오늘도 한 친구가 우리 동네에 다녀갔다. 병문안 겸 식사를 함께 해주러. 휴가가 아닌 병가라 어디 가지도 못하고 혼자 심심할 날 위해,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까지 많은 이들이 이 먼 동네까지 와주었다. (생각해보니 매일매일이었네?) 참으로 고맙다. 덕분에 맛있는 식사도 잘 챙겨 먹고, 오랜만의 안부도 얼굴 보고 전할 수 있었다. 손가락만 움직이며 가만히 있는 일도 잘 하지만, 또 그만큼 가만히 있는 걸 싫어하는 날 잘 아는 그들 덕분에 어디론가 여행가지 않았어도 꽤나 괜찮은 시간이었구나,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그리고 함께하지 못해도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집에만 있고 심심해서 어떡해”라며 염려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더 괜찮은 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오늘은 네일숍에도 다녀왔다. 아픈 중에도 손톱은 속절없이 잘 자라고, 한 달이 채 안될 때 네일을 교체해줘야 한다. 현재 다니고 있는 네일숍을 단골로 삼을 때까지 회사 근처와 동네 근처의 여러 네일숍들을 다니며 탐색했었고, 드디어 맘에 쏙 드는 이곳을 만난 걸 요즘도 감사할 때가 많다. 이번에는 어떻게 네일/페디 디자인을 할지 고민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이 매우 마음에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단골이 되었다. 게다가 네일숍 사장님과 나는 대화코드가 꽤나 잘 맞아서, 정말 다양하고도 생산적인 주제로 얘기를 나누곤 한다. (오늘도 2시간 반이나 함께하며 얘기했으나, 둘 다 이렇게나 시간이 흐른 걸 알고 깜짝 놀랐다) 그래서 사장님은 내 예약이 들어오면 이 시간을 무척 기다린다고. 물론 나 또한 그렇다. 사장과 손님보다는 어느새 친구로서 스며들어 관계에 변화가 온 지 꽤 되었다.
#오늘 되게 보고픈 두 후배가 있다. 한 친구는 이제 물리적 거리가 멀어져 번개치기 힘들어져서 그런지 이렇게 문득 생각나고 보고플 때가 있다. 과거의 오늘을 보니 몇 년 전 오늘, 우린 홍대에서 또 만났었던데. 정말 만나서 별 거 없는 얘기들만 나누는데 이렇게 문득문득 잘 지내나 궁금하고 보고픈 게 신기하다. 또 한 친구는 엑스의 후배인지라 뭔가 자주 만나면 안 될 것만 같은 친구인데(쓰고 보니 좀 웃기는구나) 왜인지 마음이 많이 쓰이는 친구다. 연례행사로 한 번쯤은 만나줘야 하는데, 꽤나 오랫동안 못 본 것 같다. 나눌 얘기들이 많은데. 자주 만나지 못한다고 가깝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맛난 것도 먹고 얘기 나누고픈 순간들이 있는 것이다.
#오늘의 모든 소비가 마음에 든다. 친구와의 식사, 네일숍에 가며 테이크아웃해간 두 잔의 커피, 네일숍 충전, 읽고 싶어서 리스트업 해두었던 몇 권의 책, 집에 오는 길 마트에 들러 구입한 체리, 집 앞 새로 생긴 꽃집에서 사 온 작약. 모두 나의 무엇이 되었고 될. 이렇게 오늘 하루도, 먼 훗날 문득 떠오를 것 같은 공기 속에서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