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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Jul 03. 2020

단짠단짠 모녀 사이-후기

브런치 작가가 된 딸의 글을 본 엄마의 첫마디는?

엄마와 투닥거린 얘기를 후다닥 써서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보내고 심사를 기다리면서 마음이 콩닥콩닥했다. 심사가 강화되었다더라, 는 얘기를 들으면서 '맞아, 브런치에 멋있는 글 쓰는 작가님들 많던데' '나 너무 시시한 글로 심사 보냈나'하며 좀 쫄아 있었다.


그런데 며칠쯤 걸릴 줄 알았던 우려와는 달리, 다음날 아침에 바로 심사 통과가 되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기쁜 마음에,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니까, 제일 먼저 엄마에게 카톡으로 url을 보내드렸다. 몇 분 뒤, (진동이라 벨도 안 울리지만 다급함이 느껴지는) 엄마의 전화.


"뭐야아~~~!!!~~~!!! 이렇게 아무렇게나 막 쓴 글씨를 공개하면 어떡해!!!!!!! 그리고 사진도 평소엔 잘 찍으면서 저게 뭐야. 예쁘게 차려먹은 밥상을 찍던가, 남은 김치라도 예쁜 그릇에 좀 담아서 찍지..."


"엄마 글씨 예쁘기만 한데? 아니 그래서... 글 어때?"


"(블라블라블라 이어서 뭐라고 하시다가)... 글 좋아"


뭉클했다.


내 글을 가장 애정 해주는 제1 독자, 우리 엄마. 우리 딸이 세상에서 가장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시고, 언젠가는 딸이 멋진 에세이집도 내고, 또 그 이후에는 인정받는 작가가 될 거라 생각하는 우리 엄마. 티비에서 곽정은 씨가 나올 때마다 "우리 딸도 글 잘 쓰고,  말도 잘하고, 연애상담도 잘해서, 나중에 책도 내고 꼭 곽정은처럼 될 것 같은데..."라고 말하는 우리 엄마.


엄마의 말 한마디는
마음의 보약이 됐다


학창 시절에는 전국 백일장에서 상을 휩쓸어 오고, 졸업 이후에는 방송작가도 했었고, 그 이후에는 방송국 홍보팀에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일도 하고, 십수 년 동안 마케팅 홍보 브랜딩 분야에서 일해왔기에 업무 관련 글을 쓸 일은 무척 많았었다. 모든 직장인들이 작성하는 보고서나 기획안 말고, 홍보팀이었기에 보도자료는 기본이고, 회장님 신년사까지도.


하지만 엄마에게는 마케팅팀이나 홍보팀에서 하는 업무들이 단번이해가 되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딸이 회사에서 쓰는 글이 어떤 글이야?"라고 궁금해하시곤 했다. 그래서 내가 작성해서 릴리스한 보도자료가 기사화된 기사 url 보내드리거나, 내가  글을 읽는 회장님이나 대표님의 영상을 보내드리면 "  글인데  이름이 없고 기자들 이름만 쓰여있어?" " 네가  글인데 네가 나가서 얘기  하고 대표님이 얘기해?"라는 질문들이 돌아오곤 했다.


"엄마 그건...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거나 널리 알리고픈 내용을 어느 정해진 형식으로 내가 정리하고 작성해서 언론매체에 '보도자료'라는 이름으로 (기업을 대표해서) 발표하는 거야. 그럼 그 보도자료를 받아본 기자들이 자신들의 매체와 본인 이름을 걸고 나가도 괜찮을만한 내용인지 판단해서 (자기 스타일로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하고) 기사로 송고해. 그럼 신문이나 인터넷 뉴스 등을 통해 독자들이 그 기사를 읽게 되는 거고. 그리고 엄마, 기업의 대표뿐 아니라 대통령의 언어도 만들어주는 분들이 다 있어. 대국민 담화문이나 sns 글도 모두 대통령이 직접 쓰는 게 아니야. 엄마 딸이 하는 일 중 일부에도 그런 일들이 있는 거지"라고 대답해드리지만, 엄마는 항상 아쉬운 것 같았다. 내 딸이 쓴 글인데 내 딸의 이름이나 입으로 발표되지 않는 것이.


브런치 작가 신청할 때 다른 닉네임으로 하려다가, 이런 엄마를 생각해서 본명으로 신청했다. 엄마는 어쩌면, 딸이 쓰고 딸 이름이 쓰여있는 첫 글을 보셨을지도 모르겠다. 브런치 작가가 별건가, 난 (방송) 작가였는데 뭐, 했지만. 브런치 작가는 누군가에겐 별 거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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