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돌아가시고 십여 년 동안에는 시도 때도 없이 아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이후에는 때때로, 더 시간이 흐른 후에는 목소리도 가물가물해졌고, 이제는 아주 가끔씩만 떠올리는 존재가 됐다.
오늘은 아빠가 생각나는 날이다. 아빠가 돌아가셨던 그 당시와 가까운 나이가 되어갈수록, 아빠와 나누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한없이 아쉽다. 이 정도 세상을 겪어온 나는, 예전 그 철없던 시절보다 아빠와 나눌 얘기가 훨씬 많을 텐데.
아빠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들은 대부분 시시하다. (당연히 나와 가까운 이들은 제외) 물론 내게 영원히 40대 중반으로 박제되어 있는, 대부분 좋은 기억으로 점철되어 있는, 아빠에 대한 환상이 워낙 커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난 이 나이에도 나 하나 건사하며 살기도 빠듯한데, 아빠는 엄마랑 같이 날 어떻게 키워낸 거야. 진짜 두 분 다 대단해. 난 이미 그른 것 같아 아빠. 가정 꾸리고 이런 건 모르겠고, 그냥 연애나 즐겁게 하며 살게. 아빠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한다 해도 모두 지지해 주겠지만. 이렇게 넋두리나 해보는 거야.
돌아가신 후, 내 꿈에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우리 아빠. 하늘나라에서 잘 살아가고 계신 거겠지. 막연하게 이런 생각이나 하며. 오늘 하루를 이렇게 마감하며. 잠이나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