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낮잠을 자야 하는 과학적인 이유

by 송곳독서

점심 산책의 즐거움에 빠졌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점심산책의 꿀팁은, 사람들과 반대의 동선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 다수에 이끌려 다니는 삶이었지만, 요즘은 가능하면 소수를 선택한다.


반대로 움직이면 좋은 점은 오롯이 혼자서 산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용히 걸으면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 식당을 먼저 다녀온 사람들이 산책을 시작한다. 당연히 식당에서도 여유 있게 나만의 만찬을 즐길 수 있다. 뭐 약간은 외로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외로움보다 혼자 있는 즐거움이 더 크다


한 가지 단점은 40분 정도 산책도 하고,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잠이 온다는 것이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신다. 달콤하게 혹은 씁쓸하게 마음을 채워주는 그 한 잔이 간절하지만, 카페인을 끊기로 다짐한 후로는 식사 후에도 물 한잔만 마신다. 잠은 오는데, 오후 일과는 시작된다. 점심시간은 왜 이렇게 짧을까를 생각하며.


1. 스페인의 시에스타 문화

라틴 문화권에서는 시에스타(siesta)라고 하는 낮잠 문화가 있지만 미국, 영국, 캐나다 같은 나라에서는 낮잠이라고 하면 눈살부터 찡그린다. 이들 나라에서는 이것을 문화적 괴벽이라고 생각할 뿐,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치부한다. 우리는 졸음이 몰려오면 또 다른 커피 한 잔으로 싸워 이겨내려고만 한다. 영국에서는 졸음과의 싸움을 아예 오후 4시 차 마시는 시간으로 제도화했다.
<정리하는 뇌>_대니얼 J. 레비틴, 288쪽.


문득 스페인의 시에스타 문화가 부럽다. 요즘은 스페인에서도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여 금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하지만, 수면과 뇌과학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다르다. 30분 이내의 낮잠은 뇌를 쉬게 해서 효율성을 더 높여준다고 말한다. 물론 30분 이상 수면을 하면 저녁 수면에 문제가 생긴다.



2. 8시간을 자기로 다짐한 지 15일 차

나의 한 달간의 수면 패턴(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습관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일부 책에서는 습관을 만드는데 60~100일 정도가 걸린다고 이야기한다. 그것도 사람마다 편차가 있는 주관적인 수치일 뿐이다. 애플워치 덕분에 지난 한 달간의 평균 수면을 확인할 수 있다. 예전부터 내 수면이 궁금했다. 한 때는 카메라를 설치해 볼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비용적인 문제가 더 크게 다가왔다.


평균 취침 시간 6시간 44분, 평균 수면 시간 5시간 42분.

궁금했던 부분인데 이렇게 측정되는 게 놀라울 뿐이다. 너무 자세하게 측정되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물론 데이터를 조작을 할 수 있겠지만.


삐쭉삐쭉 일정하지 않은 내 삶의 수면 데이터를 담담하게 바라본다. 그러면서 혼자서 생각한다.


'아... 한 달간 수면을 줄여가며 또 자기 계발을 했구나'


오늘 아침도 6시간 겨우 자고 출근하면서, 아이러니하게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었다. 수면이 부족한 만큼 뇌가 잘 돌아가지 않는 묵직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서 4개의 집단으로 실험한 결과가 나온다.

1집단 : 꼬박 72시간 동안 깨어 있기

2집단 : 매일 밤 4시간 수면

3집단 : 매일 밤 6시간 수면

4집단 : 매일 밤 8시간 수면


결과가 더 충격적이다. 1집단과 2집단은 당연히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3집단은 4집단과 비슷한 정도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6시간씩 잔 집단의 사람들이 10일이 지나자 24시간 동안 잠을 안 잔 사람들에 맞먹는 수준으로 반응에 지장이 생겼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 이 글도 이토록! 소중한 잠을 줄여가면서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막 미드나잇을 지나는 것을 확인하며 마음은 조급해진다. 자야겠다는 욕심과 써야한다는 의무감.


문득 자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내일 낮잠도 꼭 자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15일이 지나서는 평균 수면량이 늘어난 데이터를 인증할 수 있기를…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어서 편안히 주무시길.

그게 낮잠이든 저녁잠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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