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을 잔다는 것, 그 어려움에 대하여
4일간의 연휴가 끝나간다. 긴 연휴의 끝엔 항상 아쉬움이 찾아온다. 허투루 시간을 써버린 것만 같은 허탈함, 계획한 것을 모두 끝내지 못했다는 아쉬움, 어쩌면 무리한 계획을 세웠다는 욕심을 깨닫는 게 더 싫은 걸지도 모른다. 매년 반복해서 맞이하는 연휴인데, 그 끝은 항상 이렇게 아쉬움이 남아있다. 다음 연휴는 또 언제일까 플래너를 뒤적여본다.
(어떤 계획들을 세웠냐 하면...)
1. (연휴를 시작하며 적었던) 설날 연휴 계획
- 신형철 <인생의 역사> 책 읽고 서평(완료)
- 가족들과 청와대 방문(완료)
- 영화 <영웅> 아침 일찍 관람(완료)
- 4일간의 8시간 수면(완료)
- 브런치 '수면'에 대한 글쓰기(진행)
- 고명환 작가님 북토크 공지글(아직;)
- 미루어둔 서평 2개 써서 공지(아직;;)
- 박완서 <나목> 발표자료 완료(아직;;;)
절반은 완료했고, 절반은 진행 중이다. 물론 해는 저물어가고 어둠이 가까이 다가온 지금! 전부를 완료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 포기할 건 포기한다.
2. 아직 나에게 남은 5시간
조용히 방에 들어와서 헤드폰을 쓰고 글을 써본다. 4일간 내려놓은 손은 빠르게 동작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억지로 앉아서 글을 쓴다. 가동되는 시간은 좀 걸리지만, 쓸수록 조금씩 제 리듬을 찾아오는 것이 느껴진다. 마냥 늘어지게 글을 쓸 수는 없으니, 시간제한은 필수다. 학교 수업처럼 45분으로 제한.
아쉬운 마음은 남아있는 계획들 때문일 테다. 중요한 건 결말이니까, 남은 5시간을 통해 이번 연휴의 기억을 아름답게 포장할 생각이다. 남아있는 계획 중에 5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것을 골라본다. 브런치 글쓰기, 고명환 작가님 북토크 공지, <나목> 발표자료 초안 이렇게 3가지는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더할 수 없다면, 지금까지 한 것 중에 가장 잘한 일을 크게 포장하는 방법도 있다. 이번 연휴에 가장 잘한 것은 바로 (규칙적인) 8시간 수면이다.
3.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면?
2023년을 시작하며 <나는 8시간을 자야겠습니다>라는 브런치 매거진을 적기 시작했고, 잠과 습관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20일이 지날 때까지 하루에 8시간을 잘 수 없었던 이유는 기존의 습관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인기가 많아지는 책 <원씽, THE ONE THING>의 첫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면......
두 마리 다 잡지 못하고 말 것이다.
내 경우는,
첫 번째 토끼 : 일
두 번째 토끼 : 브랜딩(자기계발)
세 번째 토끼 : 8시간 충분한 수면!
어쩌다 보니 세 마리 토끼를 쫓는 셈이 되었다. 작년에는 수면을 포기하고 일과 브랜딩을 쫓으면서도 겨우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는 수면까지 추가했다니. 욕심을 빼지는 못하고 더하기만 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아가는 것이지만, 그 과정들이 많아질수록 나아가는 추진력은 늦어진다. 그럼에도 그 과정들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은 중요하다. 나의 시행착오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침반이 될 수도 있으니.
4. 4일간의 8시간 수면일기
이번 연휴 동안 가장 잘한 것을 꼽으라면, 바로 8시간 수면이다.
매년 연휴에는 드라마와 영화를 몰아서 보거나, 슬램덩크를 밤늦게까지 다시 읽고 늦게 자는 경우가 많았다. 대신 이번 연휴에는 카페인과 알코올을 없앴고, <더 글로리> 같은 인기 드라마는 관심도 두지 않았으며, 슬램덩크를 읽는 것은 2월로 미루었다. 영화도 밤에 보는 대신 아침 일찍 보는 것을 택했다.
대신에 매일 11시 30분 정도에 잠들어서 8시에 일어나는 패턴을 고수했다. 여유가 있으면 2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도 잊지 않았다.
4일 동안 8시간 잠을 잤다고 해서 집중력이 전에 비해 100% 향상되었다거나, 눈에 띄게 기분이 좋아진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연휴 마지막날에 느끼는 아쉬움이 우울감으로 전이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적어도 잠은 충분히 잤다는 보험 같은 느낌. 건강한 리듬을 경험해 봤다는 기분 좋은 느낌.
강원국 작가님의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을 읽으면, 전직 대통령들의 글쓰기에 대한 철학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여전히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한 번씩 다시 꺼내어 읽어보곤 한다. 문득 청와대 관람 중에 대통령 관저를 지나며 이런 생각을 했다. 대통령들은 얼마나 주무셨을까? 국가에 대한 걱정과 무겁기만 한 일의 무게로 잠을 줄이진 않으셨을까?라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보며 마무리한다. 오늘까지는 8시간을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