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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곳독서 Jan 27. 2021

아들이 혼자서 레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하는 능력을 키워주기

6살이 되면서 생긴 변화
작년 9월에 7시간 동안 레고를 만든 경험을 글로 적었습니다. 그 글이 제 브런치 글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글입니다. 조회수가 무려 11만을 넘어갔어요.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격려와 공감의 댓글을 달아주셨고, 처음으로 악플 비슷한 것도 받았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행복도 주지만, 걱정도 가져다주는 것을 깨닫습니다. 다양한 조언 중에 계속 생각나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레고를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사실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내가 기다리기 싫어서 아들 대신 서둘러 레고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들의 즐거움을 빼앗는 것은 아닐까. 이러다가 다른 부분에서도 의존적인 아이가 되면 어떡하지? 와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피드백은 신속하게 하는 게 좋습니다. 그다음부터 아빠의 성급함과 욕심을 더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레고를 살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부분도 ‘아이가 혼자서 만들 수 있는가’로 바뀌었습니다.


시작은 봉지(?) 레고로.
레고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은 제품은 봉지에 담겨있는 레고입니다. 가격이 만원을 넘지 않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아직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10만 원 상자에 담겨있는 레고도, 만원 봉지에 담겨있는 레고도 그저 하나의 레고입니다. 6살까지는 그렇네요. 물론 더 자라서 돈의 가치를 알게 되면 10만 원 상자의 레고와 만원 봉지에 담겨있는 레고가 크게 다르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요. 그때는 레고를 살 때, 더 많은 시간을 고민 할 것 같습니다.


봉지 레고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요. 슈퍼맨, 배트맨처럼 레고 캐릭터만 담겨 있는 것과 시티, 마인크래프트, 닌자고 등 시리즈별로 간단하게 접해볼 수 있는 제품으로 구분됩니다. 캐릭터만 있는 것보다 작은 자동차, 비행기라도 만들 수 있는 레고를 골라서 사 주었습니다. 이 작은 레고 봉투 안에도 설명서가 친절하게 들어있습니다. 책자는 아니고 한 장의 종이로 되어있어요. 단계는 10~15번까지 있습니다.

5살 때 아들에게 봉지 레고를 사주고 혼자서 만들어 보라고 했어요. 보통 5, 6세용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정말 권장 연령에 맞게 아이들이 혼자서 레고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역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레고답게, 연령 선정도 정확합니다. 매번 감탄하지만 또 감탄합니다.


아들은 봉지 레고를 만들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아빠를 쳐다봅니다. 도와주라는 뜻이죠. 얼굴에 웃음을 띈 채로 용기를 가득 북돋아 줍니다. "이건 5세니까 혼자 할 수 있어"라는 말을 해주니, 귀여운 볼을 씰룩거리면서 다시 만들기 시작하네요. 그렇게 1~2번 막히는 부분이 있었지만, 결국 혼자서 만들어냅니다. 아들 스스로도 성취해 낸 경험이 더 큰 기쁨을 가져다주는지 정말 좋아하네요. 역시 성취감은 혼자 힘으로 해 했을 때 더 크게 생기나 봅니다.


분해의 시작
그런데 이게 웬일이죠? 갑자기 다 만든 레고를 다시 분해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물어봅니다. “왜 조금 전에 만든 것을 다시 분해하는 거야?” 돌아오는 아들의 대답은 아주 당당합니다. “다시 혼자서 만들어볼 거예요” 순간 제 머릿속에는 슬램덩크의 한 순간이 스쳐 지나갑니다. 북산과 산왕전에서 슈퍼 에이스인 정우성이 등장합니다. 그와 함께 아들을 슈퍼 에이스로 만들어준 아버지도 등장하는데요. 아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도전할 가치가 있는 상대를 만났을 때 우성이는 항상 저렇게 환하게 웃었다고 이야기하죠. 딱 그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아빠, 이 레고 다시 분해해주세요”라는 말을 들으면서요.


그렇게 일곱 개 정도의 봉지 레고를 혼자 힘으로 만들고 수없이 분해도 해본 이후로 아들의 자신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어떤 레고든지 혼자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마음속에 생겼나 봅니다. 그 후로 혼자서 레고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아빠의 도움은 쿨하게 거절하네요.



천둥의 신, 토르를 만드는데 걸린 시간

이건 32번까지 있는 레고 어벤져스 시리즈입니다. 시리즈별로 아들이 혼자서 작성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시간도 측정할 겸 인증사진을 찍어봅니다. 이제 막 6살이 된 아들이 7세 이상이라고 적혀있는 레고를 오롯이 혼자 만드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레고가 들어있는 3개의 봉지가 있네요. 이른 저녁식사를 하면서 레고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아들은 밥도 먹으면서 레고를 조립하는 멀티 플레이를 하느라 정신 없습니다. 귀여운 볼을 오물오물 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 행복을 느낍니다. 게다가 아빠의 도움이 없이 혼자 만드는데 얼마나 더 예뻐 보이겠어요. 조건은 딱 한 가지입니다. 레고를 만드는 동안 옆에는 앉아 있어야 해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조립을 해서 속도가 빠르진 않습니다. 50분 정도를 식탁에 앉아 있다가 책상으로 자리를 옮겨봅니다. 레고 덕분에 여유로운 식사를 하고 간식까지 먹습니다. 한번 레고를 만들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만드는 그 끈기에 감탄합니다. '아들아, 너는 그릿이 있구나'하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그렇게 한 시간이 조금 더 흘렀고, 결국 혼자서 레고를 다 만들었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짧은 시간에 빠르게 성장합니다. 이 정도면 조금 더 어려운 것에 도전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다시 레고 테크닉에 도전해볼까요? 지난번에 아들 몰래 사놓은 레고 테크닉도 혼자서 가능할까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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