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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곳독서 Mar 01. 2021

레고 심폐소생술

레고 더미에서 레고를 살려내는 아주 쉬운 3가지 방법

1. 레고는 왜 이렇게 잘 부서질까?

해리포터 원서를 함께 읽는 멤버들이 있습니다. 이제 5권 '불사조 기사단'을 함께 읽고 있어요. 작년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벌써 1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뜻깊은 인연입니다. 제가 해리포터 레고에 관심을 가지고 수집하게 된 이유도 이 원서 읽기 모임 덕분(?)입니다.


원서 읽기와 레고가 연결점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삶의 많은 부분들은 의외의 연결점들이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에서 이야기한 'Connecting the dots'과 비슷합니다. 삶은 다양한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됩니다. 스티브 잡스가 대학시절에 몰래 들었던 캘리그래피 수업이 나중에 맥킨토시를 개발할 때 적용이 되었던 것처럼, 제게 해리포터 원서 읽기는 레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결국엔 ‘아빠도, 레고’라는 글쓰기까지 이어졌습니다.


원서 읽기 단톡방에서 해리포터 레고 시리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에

‘레고는 비싼 쓰레기다’, ‘우리 집엔 수많은 레고 무덤이 있다’

라는 웃픈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의 저도 비싼 레고를 사서 잠시 동안 신나서 놀다가는 부서지면 그대로 통에 담아서 방치했습니다. 그런 레고는 어김없이 그냥 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부모님들은 레고는 비싸기만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버려지는 소비품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레고를 사달라고 하면 어차피 또 버려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거부감이 들 가능성이 커집니다.


오늘은 레고 무덤을 최소화하는 법, 버려진 레고를 다시 살려내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소소한 방법들이 있으니 레고에 대한 고민이 있는 부모님들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2. 레고는 부서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

(이 글은 아이들의 시선이 아닌 부모의 시선에서 적는 것임을 참고해서 읽어주세요.)

많은 자기계발서와 심리학 책에서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어떠한 상황이든지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물론 내 마음은 내 생각대로 잘 관리되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이라도 노력해보는 그 자세가 필요해요.

 

레고 무덤에서 레고를 살려내기 위해서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이 아닌 ‘화내지 않음=인내심’입니다. “내가 이 레고를 얼마나 비싼 돈을 주고 사줬는데" 또는 "그렇게 잘 관리하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는데 결국 이렇게 만들다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화가 치솟기 시작합니다. 이 화를 내려놓는 연습이 먼저입니다. 레고는 조립을 하면서 아이들의 즐거움을 주는 것이 목적인 장난감입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부서져 있는 것이 기본값이라고 생각해봐요. 그러면 화가 조금 누그러들 거예요. 또한 본인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봅니다. 자신도 어렸을 때는 장난감을 이렇게 가지고 놀았음을 깨달을 수 있을 거예요.


3. 레고 매뉴얼 절대 버리지 말자

산산이 부서진 레고를 다시 심폐소생술로 살려내기 위해서는 '그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어른들도 창의적으로 레고를 만들기는 쉽지 않아요. 오히려 아이들이 훨씬 더 창의적으로 잘 만듭니다. 레고는 부품 하나하나가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블록만 없어도 조립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레고를 만들면서 레고를 만드는 디자이너들의 치밀함과 꼼꼼함에 항상 감탄합니다. "이런 건 어떻게 만들지"하고요.


창의적으로 만들 수 없다면 매뉴얼대로 그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레고 매뉴얼을 머릿속에 외우고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레고를 처음 샀을 때 들어있는 매뉴얼(설명서)을 잘 보관해야 합니다. 혹시나 이 설명서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레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부모가 해주어야 할 것은 이 레고 매뉴얼을 잘 보관하는 것입니다. 버리지 않고 책장에 하나씩 하나씩 차곡차곡 모아주세요. 가능하다면 시리즈별로 구분해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지퍼백을 이용해서 매뉴얼을 보관해 놓습니다. 가장 많은 어벤저스, 해리포터, 배트맨(DC)을 모아서 한 곳에 모아놓습니다. 그러면 아들이 필요할 때 스스로 찾아서 매뉴얼을 찾을 수 있어요. 일단 보관과 분리까지는 부모의 입니다.

보관하고 있는 레고 매뉴얼(아들이 좋아하는 어벤저스 매뉴얼이 가장 많네요.)


4. 색깔별로 구분하기

다음은 집에 있는 레고 블록들을 한 곳에 모아야 합니다. 구석구석 숨어있는 블록까지 다 찾아보세요. 이렇게 모은 블록들을 한 곳에 모은 다음, 색깔별로 구분을 합니다. 이게 시간이 많이 걸리고 엄청난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작업입니다. 저는 검은색, 회색,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주황색, 노란색, 보라색, 갈색 등으로 구분했습니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구분하는 작업을 했는데 시간은 꽤 걸렸습니다. 이건 레고 블록의 양에 따라서 필요한 시간이 다르니 주말에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분리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이들에게도 함께하자고 하면 즐겁게 함께 할 거예요. 그리고 색깔별로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나중에 블록들을 함부로 섞지 않겠지요?


사실 아내의 아이디어로 레고를 색상별로 구분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게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부서진 레고를 다시 만들기 시작할 때 색깔별로 찾으면 찾는 시간이 많이 단축됩니다. 10가지 색으로 구분했으니 최소 1/10의 시간이 단축된다고 볼 수 있어요. 적극 추천하는 방법이니 꼭 시간 내서 분류부터 해보세요.


5. 부모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능하다면 아이들만의 레고 장식장도 만들어주세요. 스스로 만든 레고를 장식장에 보관하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레고 장식장을 보면서 아이들 스스로도 뿌듯한 마음과 자기 물건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어요. 어른들도 자신의 소중한 물건들은 유리 장식장에 보관하잖아요? 아이들에게도 콜렉터의 기쁨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레고 심폐소생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의 관심과 노력입니다. 부모가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놀아준다’라는 수동적인 생각보다는 부모가 오히려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해요. 그런 측면에서 레고는 어른과 아이가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장난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장난감도 만들고, 어른들이 좋아하는 건축물이나 수집용 장난감도 많이 있어요.

 

언젠가 아이들이 커서 부모와 했던 것 중에서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 함께한 추억이 많을수록 기억에 더 오래 남아 있을 거예요. 저도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의 부모님과의 아름다운 추억은 비싼 로봇 선물을 받았던 기억보다 함께한 즐거운 추억이 많은 것들이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아침을 먹다가 아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네요. '아빠가 나와 함께 만든 레고에 대해서 글을 쓰고, 내가 커서 또 내 아이와 함께한 레고에 대한 글을 쓰고, 또 내 아이가 나와 함께한 레고에 대한 글을 쓰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데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이 글을 쓰기를 잘했다고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레고 심폐소생술, 아이들과 함께 이번 주말에 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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