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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Nov 21. 2018

5-7. 두 친구의 학창 시절

제5장: 김나지움에 가다


세레누스 차이트블롬은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 글을 쓰는 중이며, 양식 있는 시민으로서 독일이 패전할 것보다 어쩌면 승리할 것을 더 우려한다. 그는 강건하고 정직했던 독일 정신이 비뚤어진 것을 깊이 걱정하며, 다시 친구와 보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가축우리에서 하녀 한네의 지휘로 경험한 돌림노래 외에, 아이들은 주일마다 교회에서 좀 더 다듬어진 음악 활동에 참여했다. 또래에 비해 감수성이 예민하고 지적인 수준이 높았던 아드리안은 머지않아 초등학교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그는 1895년 열 살의 나이로 카이저스아셔른의 김나지움(고등학교)에 진학한다.

토마스 만이 다녔던 뤼베크의 카타리네움 김나지움. 뤼베크는 카이저스아셔른의 모델이다.

제6장: 시간이 멈춘 도시


카이저스아셔른은 헨델과 바흐 그리고 루터가 나서 활동했던 작센 (튀링겐) 지방의 고도(古都)였다. 중세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 도시에는 경건함이 깃들여 있었고,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눈에 띄는 별난 인물들이 있었다. 아드리안과 화자는 이곳에서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8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 동안 각별한 우정을 나눴다.

토마스 만 박물관으로 쓰이는 부덴브로크 하우스

세레누스는 카이저스아셔른을 ‘정지된 현재’(Nunc Stans)라는 사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도시로 여겼다. 그것은 매 순간 영원성이 깃들여 있다고 믿는 생각으로, 토마스 만의 대표작인 『마의 산』(Der Zauberberg), 『요셉과 그의 형제들』(Joseph und seine Bruder)과 같은 작품들을 관통한다. 이는 일면 역사의 진보를 토대로 하는 근대성과 상반되며 아드리안의 과거 회귀와 퇴행성을 내포하는 설정이다. 아드리안은 이 도시에서 악기상을 하는 숙부 니콜라우스 레버퀸의 집에서 지낸다.

뤼베크 마리엔 교회의 석판. 청년 바흐가 이곳 오르가니스트 북스테후데에게 배우러 왔던 모습을 그렸다. 서 있는 쪽이 바흐.

1705년 10월 스무 살의 바흐는 북유럽의 거장 북스테후데를 만나기 위해 400킬로미터를 걸어서 뤼베크에 도착했다. 12월 2일과 3일 북스테후데의 아벤트무지크 <슬픔의 성Castrum doloris>과 <명예의 전당Templum Honoris>이 연주될 때 바흐는 오케스트라 파트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이 두 작품은 전하지 않는다. 아벤트무지크는 ‘저녁의 음악’이라는 뜻인데, 뤼베크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연주되었던 성가곡을 말한다.


바흐는 뤼베크에서 석 달을 머물며 연로한 북스테후데의 후임이 되기를 기대했지만, 북스테후데는 바흐가 서른 살 노처녀인 자신의 딸과 결혼하기를 바랐다. 바흐는 고향 튀링겐으로 돌아왔다. 뤼베크 태생의 토마스 만이 튀링겐의 가상도시 카이저스아셔른을 소설의 무대로 삼은 것이 흥미로운 이유이다. 그의 집인 브덴브로크 하우스가 바로 마리엔 교회 앞에 있고, 그가 다닌 카타리네움 김나지움도 수분 거리에 있다.

북스테후데의 칸타타 <우리 예수님의 팔다리>

Composer: Dieterich Buxtehude (1637-1707)

    Membra Jesu Nostri (우리 예수님의 팔다리), BuxWV 75, Cantata in 7 sections for SSATB voices, 2 violins, 5 violas da gamba, violone & continuo

    I. Ad pedes: Ecce super montes 0:16 발에

    II. Ad genua: Ad uber portabimini 6:08 무릎에

    III. Ad manus: Quid sunt plagae istae 14:02 손에

    IV. Ad latus: Surge amica mea 22:14 옆구리에

    V. Ad pectus: Sicut modo geniti infantes 29:26 가슴에

    VI. Ad cor: Vulnerasti cor meum 37:58 마음에

    VII. Ad faciem: Illustra faciem tuam 45:28 얼굴에


Soloist:

    Maria Cristina Kiehr, soprano

    Rosa Dominguez, soprano

    Andreas Scholl, contralto

    Gerd Türk, tenor

    Ulrich Messthaler, bass

    Chiara Banchini, violin

Ensemble:

    Schola Cantorum Basiliensis

Conductor:

    René Jacobs


마리엔 교회의 종. 제2차 세계대전 때 부서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화자인 차이트블롬이 글을 쓰던 무렵을 떠오르게 한다.

제7장: 벤델 크레츠마르


니콜라우스 숙부의 악기 공방에는 이탈리아 브레시아(Brescia) 출신의 루카 치마부에라는 젊은 제자도 있었다. 브레시아는 가톨릭의 전통이 강한 곳이고, 치마부에라는 이름은 역시 성모 마리아 성화로 유명한 피렌체의 화가를 떠오르게 한다. 그런 사람이 루터파의 도시 카이저스아셔른(뤼베크도 마찬가지)에 왔다는 사실이 묘한 긴장감을 불러온다.

치마부에, 최후의 만찬

숙부와 제자 모두 공방에 가득한 다양한 악기를 다루었고, 아드리안과 세레누스는 자연스럽게 음악과 친해질 수 있었다. 세레누스의 부모는 아들에게 견진성사 선물로 비올라 다모레를 사주었고, 세레누스는 평생 이 악기를 아끼고 곁에 둔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의 브레시아. 솔라리노 산타마리아 교회. 데시데리우스 십자가

선생님들에게 건방지게 비칠 정도로 총명하면서도 오만한 학생이었던 아드리안에게 벤델 크레치마르(Wendell Kretzschmar)라는 중요한 인물이 등장한다. 숙부는 조카를 크레치마르에게 보내 매주 두 번씩 피아노를 배우게 한다. 미국에서 온 말더듬이 음악선생은 아드리안이 뒷날 작곡가가 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토마스 만은 그의 이름을 작센 태생의 음악학자 헤르만 크레치마르(1848-1924)로부터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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