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들과 고심하며 만든 내 첫 서비스이자 우리 회사의 핵심 서비스인 비즈넵(BZNAV) Beta 버전이 2018년 8월 말에 출시되었다. 베타 버전이긴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1.0 비즈넵에 이은 2.0 론칭이었다. 그리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웹앱 글로벌 내비게이션 바(이하 GNB)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데이터를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서도 (나름)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에 고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했다. 1차적으로는 우리 서비스가 너무 쉬워서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단 황당한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비즈넵 Beta 버전을 도입한 유저들이 기대와는 달리 서비스의 인터페이스와 서비스에 사용된 용어 자체를 어려워했다. 고심하면서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고, 범용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용어와 인터페이스를 고려하여 설계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ㅠㅠ)
유저들에겐 너무 어려운 인터페이스였던지 사용법 자체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나중에 원인을 찾아보니 메뉴 계층 고려를 하지 않은 GNB 설계가 가장 큰 문제였다. (이는 비즈넵 3.0 ux 개편의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그럼에도 얼리어답터이신 Beta 사용자분들이 사용법을 인지하고 난 후, 세무대리인의 업무시간을 현저하게 줄여주는 사용자 경험(ux)을 하시면서 금방 입소문을 타며 고객 유입속도가 가속화됐다. 덕분에 필드테스트에 필요한 충분한 고객 사업체 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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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수가 많아지면서 데이터의 종류도 자연스럽게 다양화되었고 덕분에 데이터 관련하여 피드백이 엄청 쏟아지기 시작했다. 피드백 처리 프로세스가 없던 상황에서 쏟아지는 피드백들은 다들 힘에 부치는 수준이 되어가고 있었다. 피드백 처리 프로세스 정립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CTO님과 여러 논의 끝에 우선적으로 빠르게 도입 가능한 지라 서비스 데스크를 도입하였다.
처음에는 밀려오는 이슈를 처리하느라 놓치던 피드백들을 서비스 데스크를 도입하면서 놓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고 피드백 처리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피드백 처리 기능을 만족하지 못해서 다른 방식을 보완하여 사용해야 했다. 이렇게 비즈넵 Beta 오픈 첫 달은 피드백을 수정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한 달 동안 피드백을 반영하면서 추가 기능 개발이 늦어지긴 했지만, 피드백을 바로 반영하고 고치면서 데이터(특히 숫자) 검증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깨닫고, 기획을 설계하고 개발에 반영할 때마다 데이터 검증에 시간을 많이 들이게 되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피드백 이슈를 운영하는 방법이 주된 주제로 자주 논의가 이루어졌다. 덕분에 이후에 QA 채용이 바로 진행되어 피드백 운영 방식이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다. 작은 스타트업 치고는 QA 채용이 빨리 이루어진 편인데 우리처럼 숫자 데이터에 민감한 핀테크일수록 QA 채용을 빨리해서 정확한 데이터가 서비스에 제공될 수 있도록 신경 쓰는 건 매우 중요한 지점인 것 같다.
처음에 너무 많은 피드백이 들어와서 고객들에게 부정적인 인상만 남기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고객의 피드백을 바로 반영하니 신뢰가 올라가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다. 물론 대외적으로 고객과 면대면으로 만나시는 분들이 상황 조율을 해준 공로가 제일 컸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데이터가 제대로 들어올 수 있도록 고치고 있는 동안 최전선에서 방어하며 고객의 신뢰가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주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이때 받은 피드백으로 데이터 검증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서비스 기능 개발 방향도 실무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기능 위주로 다시 재정립하게 되었다. 그리고 세무대리인 실무에 필요한 특화 기능과 공통적으로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강점 기능을 분리하여 개발하게 되어 현재의 서비스 모습을 갖춰갈 수 있었다. 피드백이라는 것이 들어오는 것이 무섭기도 하지만, 서비스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서비스가 커가고 있다는 하나의 지표이기도 하니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이렇게 출시해서 피드백받은 것도 바로바로 잘 반영하고 사람들도 좋다고 해주고 고객사도 왕창 늘었으니 나 초보 기획자치곤 성공적인 셈인가!? 한동안은 리뉴얼 안 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잠시 생각했었지만 그건 그냥 일하기 싫은 아니 아직 멋모르는 초보 기획자의 오만이자 오판일 뿐이었다. 피드백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고 과거 리소스 때문에 개발하지 못했던 기획 문서를 다시 뒤져보면서 내 눈이 썩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자, 이제 정식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 기존에 기획했던 기능들을 지금 상황에 맞게 다시 재기획을 위해 과거의 문서를 일단 불태우고(?) 시작해볼까!
1. 국내와 해외 회계 프로그램 상황 비교
2. 국내 회계프로그램 ㅣ D사가 장악한 국내 시장
3. 회계 프로그램 시장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 ㅣ 관련 스타트업 출현
4. 나는 회계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5. 미션 1: 서비스 정책 설정하기
6. 미션 2: 팀원들을 이해시켜라
7. 미션 3: 선택과 집중
8. 미션 4: Mobile First
9. Beta 버전을 출시했다
10. 과거의 나는 믿지 말자 ㅣ Beta는 Beta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