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 나랑 결혼해줘.

#4 반나체의 남자, 최준

by 들숨날숨
반나체의 남자, 최준

“뭐야. 또 감동받은 거야?”


“나 왜 이렇게 신경 써주는 거야? 너도 바쁘잖아.”


“나한테는 네 존재가 감동이야.”


“왜?”


“너 잘생겼잖아.”


“... 잘생기면 다돼?” 짐짓 상처 받은 표정이 더 귀여웠다. 준이는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준이를 따라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다되지는 않아... 그런데... 웬만하면 돼. 그리고 너 또 착하잖아! 그러니까 밥이나 사줘.”


덕질로 얻어먹은 로제 떡볶이는 완벽했다.


넙적한 중국 당면과 떡을 한 번 먹은 뒤 국물을 다시 한번 숟가락으로 퍼서 먹어줘야 했다.


그 숟가락 밑으로 떡볶이를 먹는 둥 마는 둥 하던 준이가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너 이 사람 알아?”


새하얀 이불에 폭 쌓여 있는 반나체의 어떤 남자가 정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당면 면치기를 하느라 바빴던 나는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언뜻 봐도 잘생기지 않았는데 굳이 몰라도 될 것 같았다. “뭐야. 그런 사진도 봐?”


“몰라?”


“응. 모르는 것 같은데?” 사이드로 온 치킨도 궁합이 너무 좋았다.


“최준. 최준이야.”


“너였어? 좀 다른 것 같던데?”


“아니. 이 사람 이름이 최준이라고.”


“아 그래? 유명해?”라고 말하는 순간 인스타 라이브가 떠올랐다.


마음은 약간 식었지만 그래도 나름 최애*(그룹 또는 연예계 내 제일 좋아하는 아이돌)인 세진이 자꾸 이상한 말투를 쓰는 영상이었다.


“안녕 꼬마 아가씨. 밥은 냠냠했어요? 뭐 먹었어요? 나 궁금해. 알려줘요~ 방금 너무 공격적이었어요? 하지만 나 사랑에 공격적인 사람 좋아. 아잇 몰라.”


너무 충격적인 말투였지만 댓글 창은 다들 싫어하면서도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약간 소름이 돋았었지만 그때는 굳이 찾아보고 싶지 않았다.


“사진 다시 봐봐.”




쉼표 머리의 한 남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앙칼진 머리 끝은 길게 내려와 코에 찍혀 있는 점에 거의 닿을 것 같았다.


세진이 따라 하던 말투가 자동 재생되었다.


“윽. 이걸 왜 보는 거야.”


“왜? 안 잘생겨서?”


“아니 저거는 안 잘생긴 게 문제가 아니라 비위가 상하잖아.”


준이는 고개를 크게 한 번 끄덕였다.


“... 그렇구나. 하영아. 마케팅 관리 같이 팀플*(팀 프로젝트의 줄임말)하는 유진이 알아?”


젓가락으로 떡과 어묵 사이를 뒤적이면서 준이가 말했다.


“어. 팀플 같이 하는데 당연히 알지. 서어서문학과인데 경영학 복수 전공하는 친구 아니야? 왜?"


“걔가 고백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니 몇 없는 타인을 담은 기억 속에서 유진이는 사실 꽤나 선명했다.


최근 준이를 바라보는 나의 반직선은 다른 반직선과 종종 겹치곤 했다.


매 번 그 다른 반직선은 같은 점에서 출발했다. 유진이었다.


두 반직선들은 방향은 정반대이나, 모두 준이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렇게 유진이의 반직선은 종종 뇌리를 스치곤 했다.


“그래? 예뻐?”


“음...”


분명 예쁘냐고 물어봤었다.


“뭐야. 빨리 말해봐.”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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