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 나랑 결혼해줘.

#6 최준과 최준

by 들숨날숨
최준과 최준


빈 화면 속 남은 시간은 15분이었다.


손가락이 떨리기 보다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선택 추가 사항은 지나친 지 오래고, 필수 사항만 대략적으로 써서 제출을 다시 눌렀다.


[제출 완료.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IG에는 반쪽짜리 지원서가 해맑게 제출되었다.


시간 관리를 잘못한 내 책임이었지만 조금 허무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위로가 필요했다.


휴대폰을 들어 베트남 고추가 왕창 들어간 매운 떡볶이를 시켰고, 준이에게 톡을 보냈다.


‘나 IG 지원서 망했다……’


준이는 답이 없었다. 시간이 늦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최준]




세진 영상을 보려던 내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검색한 건 준이였다.


그렇게 마주한 건 최준, 앙칼진 쉼표 머리였다.


다소 부담스럽게 들이대는 그와 영상통화로 데이트를 하는 컨셉이었다.


호기심 반, 무의식 반으로 영상은 재생되었다.


영상이 시작하자마자 빠르게 전체 창을 종료시키고, 소리를 낮추었다.


세로 화면에 최적화되어 있는 영상은 좀 더 화질이 낮아도, 소리가 좀 더 작아도 될 것 같았다.


[내 몸이 구석구석 핥아진 느낌. 더러운데 계속 보고 있어!!! 웩]


정말 나의 마음을 정확하게 대변해주는 댓글이었다.


전반적으로 그는 치즈를 핥으면서 침을 뚝뚝 흘리지만 품종은 토종한우인 그런 사람 같았다.


그리고 그는 비음 가득한 피글렛이 꼬리 밟힌 소리를 내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고통스러워했다.


특히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영상을 다 끝내지 못하고 꺼버리곤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매일 매일 영상을 쪼개 보면서 댓글로 그 고통을 함께 견뎌 내었다.


그렇게 나 또한 사람들과 함께 서로의 상흔들을 어루만지면서 견뎌내었다.


그렇게 눈을 반만 뜨고 보고 있을 때, 거무스름한 입술을 만지작거리면서 그가 말했다.


“자꾸 그렇게 쳐다보지 말아요. 키스해버리고 싶으니까.”


그의 마지막 말에 순간적으로 손에 힘이 풀려버렸다.




누운 채로 들고 있던 휴대폰은 수직낙하하면서 나의 입술에 그의 입을 맞추었다.


휴대폰 화면을 사이로 다소 축축한 입술과 맞닿는 동시에 눈은 질끈 감겼고,

한 동안 물리적, 정신적 충격에 헤어 나오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긴 10분이었다. 휴대폰을 끄고 눈을 감아도 쉼표 머리는 자꾸만 눈을 찔러왔다.


그렇게 하룻밤을 함께 지새우고야 말았다.




반쯤 감은 눈으로 수업을 듣고 있을 때, 준이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보낸 지 열 두 시간 즈음 지났을 때였다.


‘ㅠㅠ설마 어제 내가 도와달라고 해서 그런 건 아니지?’


준이 잘못은 당연히 아니었다. 마감 시한 다 되어서 내려 한 내 잘못이었다.


‘아니야. 어제 너무 닥쳐서 내려고 했나봐.’


‘그렇구나. 서버 터질 수 있는 거 알면서. 미리 좀 하지ㅜㅜ.’


그렇다. 정답이었다.


온연히 나의 잘못이 맞았고,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다른 답을 기대라도 했던 것처럼 마음 한 켠에서 푸시시 공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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