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 나랑 결혼해줘.

#5 다시 로그인하세요

by 들숨날숨
[다시 로그인하세요.]

“음... 귀여운 건 좋지. 사귀자!”


“너는 나 보고 잘생겼다면서. 그럼 사귀어야 해?”


“아. 그거야 나는 네 팬이니까. 팬심은 차원이 좀 다르지.”




준이의 이력서를 시발점으로 취업준비, 일명 취준을 같이 하고는 했다.


미학과에서 썼던 수많은 레포트들과 작년에 HR팀에서 인턴을 했던 게 꽤나 쏠쏠하게 도움이 됐다.


준이의 취업 준비를 도와주다 보니, 나의 취업 준비도 차근차근 되어갔고, 어느새 글로벌 마케팅에 관심이 생겼었다.


“나 이번에 기획사 글로벌 마케팅 직무 지원하려고. 어때?”


“오. 그러네. 잘 어울려.”


“고마워. 빨리 기획사 공고 뜨면 좋겠다.”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었던 내게 나름 열정적인 덕질로 일궈낸 소중한 적성이었다.


한 달 즈음 지났을까 3대 기획사라고 불리는 주요 기획사 공고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IG - JYB - KSM 순이었다.


회사 형식에 맞춰 이력서를 새로 입력하는 일은 어렵지는 않았지만 제법 품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정확한 일자와 증명서 번호 등을 다 찾아내느라 책상은 온통 A4용지들로 가득했다.


게다가 사이트에서 저장을 눌렀는데 [입력 시간 초과]라든가, [다시 로그인하세요.]가 뜨면 그건 정말 욕이 나올 법했다.


저장본이 날라 가서 새로 써야 한다는 것을 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즈음 준이가 나를 더더욱이 많이 찾기 시작했다.


‘내 영문 이력서 한 번 봐볼래?’


‘그 우리 학회 증빙 자료 어디서 구하는지 알아?’


‘예전에 팀플 같이 했던 자료 있어?’


‘하영아. 나 자기소개서 좀.’


메신저에는 준이에게서 계속해서 부탁을 해오는 톡이 이어졌다.


기분이 좋았다. 준이가 친절하지만 사람들에게 곁을 잘 안 내어준다는 말을 종종 친구들로부터 듣곤 했었다.


그런 준이가 내게 부탁을 하는 것은 나를 알아주고, 편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였다.


게다가 역조공까지 가끔 받는 건 성덕 중의 성덕이었다.


성은이 망극할 따름인데, 팬으로서 서포트는 당연했다. 그걸 동력 삼아 나도 살아가니깐.


그 힘으로 늘상 바로 달려가곤 했다.


‘하영아. 지금 히포 카페로 와봐.’라는 톡이 준이의 손에서 떨어졌을 때도 그랬다.


IG 지원서 마감이 4시간 정도 남았을 즈음 나는 히포 카페로 달려가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


“하아... 나 철강 쪽 쓰고 있는데 자소서가 잘 안 써지네.”


“아 그래? 언제까지야?”


“다음 주 수요일까지.”


“준아 그럼 나 지금 IG 지원서 마감만 하고 좀 이따 봐줘도 돼?”


“아... 그래 그럼.” 순간 준이의 얼굴에 미묘한 가림막이 쳐졌다. 순간 내가 배가 너무 불렀음을 깨달았다.


“음... 그럼 지금 잠시 보여줄래?”


준이는 바로 노트북을 돌렸고, 수정 작업은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어 두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다.


“역시 너다. 고마워. 이제 가 봐도 될 것 같아.”




“응? 아냐. 나 여기서 너랑 같이 하고 가려고.”


“아. 좀 이따 유진이가 자기도 와서 소설 좀 쓴다고 해서.”


“유진이가 소설을 써? 아니 잠깐만. 둘이 사귀어? 와. 그럼 너 자기소개서도 유진이가 봐주면 되겠네.”


“아 그냥 취미래. 네가 잘 봐주잖아.”


“뭐... 그럼. 어쨌든 데이트면 내가 또 빠져 줘야지.”


준이의 새로운 연애를 응원한 뒤 집으로 서둘러 향했고, 최종 확인 작업을 시작했다.


15분 즈음 남았을 때 제출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미련 넘치는 팝업이 나를 붙잡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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