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차]10. 준비되지 않은 내가 맞이한 실패

learning from failure

by 벨라홍

입사한 지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나는 새로운 팀으로 이동했다.

전사적으로 단행된 조직 개편은 새로운 자리에 사람을 배치하고, 누군가를 내보내고 3개월 정도 걸렸다.

원하는 자리에 가게 된 사람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 가게 되거나 새로운 자리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사람들은 그들 나름의 아쉬움과 불만을 갖고 모였다.


나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던 새로운 팀 B의 리드는 처음 리더를 해보는 사람이었고,

(이런 상황에서 느꼈던 정말 솔직한 감정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좀 더 상세히 기록하려고 한다)

우리 팀은 이제 막 신제품 런치를 앞두고 있었다.


팀이 마주한 수많은 문제 상황을 나열해 보자면...

가장 먼저 신약 출시가 임박한 가운데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많은 것들이 조직 개편이라는 3개월의 여정 속에 all stop 되어 있었다.

기존 팀에서 마케팅이었던 지금의 팀장은 조직의 transformation 과정에서 팀장이 되는 과정을 거치며 본인도 면접을 준비했을 테고, 당연히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을 테고...

약은 곧 한국에 들어오는데, 기본적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할 광고, 브로셔, DC 자료집 등 정말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다.


3개월 동안 본인의 자리에 대한 불안감에 영업부 직원들 역시, 아무런 일도 하고 있지 않았다.

신약이 출시되면 병원마다 약이 처방될 수 있게 listing 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관련된 밑작업 역시 준비되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역시 너무나 급격하게 단행된 조직의 변화와 그 변화 속에서 몇몇의 영업부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것을 본 남은 영업부 직원들의 사기는 저 바닥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리고, 팀 내 모든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 나가야 하는 마케터인 나 역시 회사에 입사한 지 7개월째 되는,

그들 입을 빌리자면 항암제 초짜(?) 아니면 초짜 티를 겨우 벗은 상태였으며

신약을 런치해 본 경험이 없는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었다.


남은 사람들끼리 으쌰 으쌰하며 애써 쳐 저 있는 분위기를 봉합하고

뭐랄까..

찌그러진 바퀴로 용케도 앞으로 굴러가는 자전거의 느낌이랄까?

그래도 어떻게든 꾸역꾸역 우리 팀은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3개월을 함께 맞춰갔을 때

급여팀으로부터 ACC가 잡혔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 대수롭지 않게, 가볍게 얘기해서 나는 이미 팀이 재구성되기 전에 준비를 해 오던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그 ACC라는 단계가 신약 급여 process 중에 굉장히 중요하고 어려운 관문이며, 통과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외부 Key stakeholder들을 engage 해야 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부랴부랴 외근을 몇 차례 다니며 나름대로 짧은 시간 동안 애썼지만

조직개편으로 몇 개월째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나타나 본인들의 어젠다만 전달해 대는 꼴이었고

정부가 해당 약에 대해 갖는 관점 역시 충분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우리 팀이 받아들인 첫 성적표는 낙제였다.

그렇게 ACC에 통과하지 못했다.


급여팀은 통과하지 못했을 경우 너무나 쉽게 commercial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팀은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를 따지기 시작한다.

그 논의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또 자책하며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마음에 손을 얹고 생각했을 때 내 책임은 없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ACC라는 과정의 무게를 충분히 알지 못했으며, 내가 했던 노력이 과연 정말 최선이냐고 물었을 때,

후회가 남는 부분들이 분명 있었다.


한 번 더 물어볼걸, 한 번 더 찾아갈걸.. 하며 후회하거나

팀에 온 지 3개월 된 나는 모르는 게 당연하고 그동안 준비해오지 못한 팀장, 팀원들의 탓이라며 남의 탓을 하고 넘겨버린다면

나는 그냥 거기까지인 사람일 테니 뼈아프지만,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여기서 내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집중하는 것 밖에 없다.

다음번에 같은 상황이 왔을 때,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무엇이 준비되어야 하는지 복기하고 정리하고, 나 자신을 준비시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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