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6.한껏 움츠러든 어깨 작아지는 나

임상 실패가 내 실패 같이 느껴지는 어느 날

by 벨라홍

내가 세 번째 회사에 join 한 자리는 내가 입사한 6개월 정도 뒤에 담당하는 약에 새로운 적응증이 추가될 예정이었다.

다만 해당 약의 단독 요법이 아니라, 회사의 다른 약물과 함께 병용했을 때의 요법이 새로운 적응증으로 추가되는 것이었다. (편의를 위해 A+B 요법이라고 하겠다)


기존의 약물인 A약물 요법은 곧 A약의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될 예정이라 회사에서도 방어 전략이 필요했

더 advanced 된 요법으로 A+B 요법 임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게 성공한다면, 해당 시장에서 당장은 A약으로 연간 200억 정도의 규모라고 한다면,

A+B 요법이 새롭게 더해지면서 바이오시밀러로 인한 영향도 줄이고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약이 론칭하거나 기존 약에 적응증이 추가되기 위해서 다양한 단계들이 필요하지만

그 첫 시작은 임상 데이터의 성공이다.


임상 시험 결과가 primary endpoint를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간 들였던 모든 연구비와 노력은 그렇게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


A+B 요법을 준비하며, 허가 이후의 전략을 열심히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는 어느 날

입사한 지 3개월이 조금 더 지났을 때,

전사메일이 왔다.

'Confidential'이라는 문구와 함께.


A+B 요법의 XX영역에서의 임상 결과가 실패했다는 내용이었다.


회사 생활은 내가 마음먹은 대로,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건 언제부터였을까?

아니 언제부터였는지 생각할 필요도 없이 매 순간 느꼈다고 해야 할까?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100을 투입하면 결과물이 100이 아니라 50이라서, 아니면 10이라서 속상한 경험들은 무수히 해 보았지만 이번 경험은 조금 달랐다.


뭐랄까.

나의 손을 벗어난 영역에서의 결과였기 때문에 덤덤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무기력해지는 느낌. 그리고 불현듯 나의 역량과 상관없이 내 자리가 위태롭거나 불안해지는 느낌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내가 이 팀에 더 이상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거기까진 아니더라도,

회사 내의 나의 가치가 내가 담당하는 제품의 규모와 가치로 너무나 쉽게 치환되는 이 시장 안에서 마치 300억 400억을 기대했던 나의 가치가 200억, 100억으로 줄어드는 느낌.


어쩌면 이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이 회사에서 가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잠식되며 자꾸만 작아지는 내 모습이 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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