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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홍 Nov 15. 2024

[4년 차]7. 절박함이 가져다주는 힘

졸업시험 통과하기

마케팅으로 발령받은 지 2년 차는 내가 대학원에 입학한 2년 차이기도 했다. 

Full time 석사생들이 4학기 만에 졸업을 해야 하는 것과는 달리, 

직장을 병행하는 2부 학생들은 5학기 안에 졸업을 하면 됐다. 

학과 과정이나, 졸업 논문 작성과 관련해서는 1학기의 여유가 있는 셈이지만, 

졸업 시험은 full time 석사생들과 함께 봐야 했다. 

보건통계를 전공한 나의 졸업논문 시험 범위는 

모두가 공통으로 봐야 하는 역학, 보건사회학 등과 더불어 '수리통계" 과목이었다.  


나는 문과였으며, 내가 다녔던 교육과정에는 미적분이 없었다. 

문제은행 형태로 출시되는 수리통계 시험은 100개의 문제 pool에서 출제될 예정이었는데, 

모두 단답형이 아니라 증명 혹은 긴 풀이 과정을 써야 하는 문제들이었다. 


졸업시험을 6개월 남긴 시점, 나는 온라인으로 보험 계리사들이 많이 듣는, 

가장 유명한 강사의 수리통계 수업을 수강했다. 

아무리 열심히 들어도 솔직히 말하면 한 30% 알아들을까 말까였다. 


온라인 수업을 듣는데 3개월을 소요했다. 

그러나 나의 실력은 문제은행 속 100문제를 푸는데 턱없이 부족했다. 

많이도 아니고 한 4번 정도, 내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만 물어보고 설명을 들으면 될 것 같았다.


나는 고심하다, 대학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대학원 졸업시험 과외 구함" 구체적으로 어떤 시험인지 기술하고 절절하게 과외를 구하는 글을 썼다. 

조회수는 높았지만, 아무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초조해졌다. 이러다가 졸업시험에 떨어지고, 한 학기를 원치 않게 더 다녀야 할 것만 같았다. 한 학기를 더 다니는 것보다도, 한 학기를 더 다닌다고 졸업시험에 붙을 자신감이 더 커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근심 가득했던 어느 날, 지도교수님과의 토요일 세미나 쉬는 시간에 나는 교수님께 미친척하고 질문했다. 

"교수님, 제가 졸업시험 준비하는데, 너무 막막해요. 

과외를 구하려고 학교 게시판에 글을 썼는데 구해지지도 않았요. 

혹시 저한테 과외해 줄 학생 찾는 걸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저 정말 이번에 시험 붙어야 해요"


교수님은 잠깐 당황한 듯했지만, 내 옆 쪽에 앉아있는 박사님 이름을 부르며, 

"OO야, 네가 한 번 해볼래?"라고 하셨다. 


나는 냉큼, 기회를 잡았다. 

"박사님, 저 시간 많이 안 뺐을게요. 무료로 봐주시는 거 아니고, 1시간씩 딱 4번 보면 될 것 같아요" 


절박했던 나는 박사님 도움으로 문제 은행 100문제를 풀 수 있게 되었다. 

푸는 것을 넘어서서 풀이를 다 외울 수 있었다. 

문제가 쓰인 시험지를 받아 들고 풀이를 써 나가는 꿈까지 꿨다. 


그리고 한 번에 졸업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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